▶ ‘베네수 선박 2차 공격’ 논란속 각료회의
▶ 헤그세스 지시설 부인… ‘2차 공격’은 인정
▶ ‘전쟁범죄’ 비난에 “무력충돌법 준수” 반박

2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가운데)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9월 초 격침된 ‘마약 운반선’ 생존자를 숨지게 한 미군 ‘2차 공격’의 명령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공습 작전을 직접 지휘한 해군 제독이었다고 백악관이 해명했다. 그러나 ‘전원 살해’ 지침만으로도 헤그세스 장관이 ‘전쟁 범죄’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2차 공격 사실을 인정하며 헤그세스 장관이 당시 공격을 현장에서 지휘한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 사령관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에게 해당 공격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브래들리 제독은 부여된 권한과 법의 범위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파괴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제독이 2차 공격을 명령한 것이냐’는 질문에 레빗 대변인은 “그는 그의 권한 내에서 그렇게 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워싱턴포스트(WP)는 9월2일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미사일로 격침했는데, ‘전부 죽이라’는 헤그세스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첫 공격 뒤 선박 잔해에 매달려 있던 생존자 두 명을 추가 공격으로 마저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백악관 해명은 사실일 공산이 크다. 뉴욕타임스(NYT)가 정부 관계자 5명에게 물었더니 헤그세스 장관이 선박 탑승자를 모두 죽이고 선박과 그 선박에 실린 마약을 모두 없애라고 명령하기는 했지만 1차 공격으로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경우 어떤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고들 대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도 2차 공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취재진에 생존자 살해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게 헤그세스 장관의 주장이며, 자신은 그를 믿는다고 했다. ‘2차 공격이 합법적이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나라면 그것(2차 공격)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각료인 헤그세스 장관이 2차 공격으로 문책당하는 일은 피했지만, 9월부터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최소 83명의 목숨을 빼앗은 군사 작전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평시 군이 설령 범죄 용의자라도 임박한 위협이 아닌 이상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따라서 일단 2차 공격 사실을 인정한 이상 불법 비난을 피할 수 없다.
AP통신에 따르면 국방부 전쟁법 매뉴얼에는 “예컨대 난파선에 사격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런 경우 군인들이 불법 명령에 복종하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무력 충돌이 아닌 상황을 무력 충돌로 간주한 것 자체가 문제인 데다 ‘생존자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헤그세스 장관의 방침 역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여당인 공화당까지 가세한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군사위원회 모두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헤그세스 장관은 2일 ‘마약밀수선’으로 판단한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적 선박들을 격침하는 데 대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마약 선박을 타격하고 마약 테러리스트들을 바다 밑바닥으로 처넣는 일을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그들은 미국 국민을 중독시키고 있다”며 “요즘은 (잇따른 격침으로) 타격할 배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잠시 소강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언급은 21차례의 선박 격침으로 80여명을 살해한 미 해군의 군사작전이 합법적이고 정당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적법성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9월 2일 베네수엘라 선박 격침 당시 1차 공격후 생존자 2명을 추가 공격해 살해한 것이 ‘전쟁 범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지휘관들의 편”이라며 “이 경우와 같은 모든 타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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