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30개 슈퍼컴퓨팅 연결 기반
▶ 간단 명령으로 독립적 연구 수행
▶ 하루 걸릴 작업도 1시간 내 뚝딱
▶ EUV·AI칩 등 기술 자립도 속도
중국이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고도의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내놓았다. 미국이 AI판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리는 국가 전략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중국이 맞불을 놓으면서 새해 벽두부터 미중 AI 패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국가 슈퍼컴퓨팅네트워크(SCNet)에 기반한 신규 AI 에이전트를 공식 가동했다.
중국과학원(CAS) 산하 연구소들이 협력해 개발한 이 에이전트는 간단한 자연어 명령만으로 복잡한 연구 작업을 처리해 자율적으로 과학 보고서를 생성할 수 있다.
2023년 출범한 SCNet은 전국 30개 이상의 컴퓨팅 센터를 연결해 이를 통한 방대한 연산 능력을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정부기관·기업·대학 등 1000여 곳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CAS 산하 중국과학일보는 “기존에 하루 종일 걸리던 작업을 약 1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AI는 물론 재료과학·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첸더페이 CAS 원사는 “과학 연구는 수치 계산 중심에서 AI 기반 발견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이라며 “산재한 도구와 데이터를 AI가 연결함으로써 혁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AI 국가전략인 ‘제네시스 미션’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방대한 연구 데이터와 슈퍼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인간 개입 없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개발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생명공학·핵분열·반도체 등 국가 핵심 과학 분야에서의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향후 미중 기술 패권에서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SCMP는 “AI가 ‘슈퍼 과학자’로 진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미중 기술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챗GPT에 맞먹는 성능의 AI 모델을 선보인 데 이어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 주요 기업들이 AI 칩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 진전을 이뤘다.
최근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시제품을 완성해 시험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EUV 노광 장비는 미국 원천 기술을 사용하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해 온 분야로 중국 반도체 자립 정책에서 ‘마지막 관문’으로 꼽혀왔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ASML 출신 인력들을 대거 영입하며 프로젝트를 은밀히 추진해 개발 시점을 크게 앞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시제품 역시 ASML 장비를 역설계한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는 배경에는 서방의 제재에 맞서 기술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점이 꼽힌다. 특히 AI와 반도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AI를 연구·산업·의료 등 경제 전반에 접목하는 ‘AI+’ 전략의 행동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차세대 스마트 단말기(로봇 등)와 AI 에이전트 보급률 70%, 2030년에는 9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대규모 정책적·경제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3,440억 위안(약 71조 원) 규모의 빅펀드 3기 등 기존 투자 계획과는 별개로 최대 5,000억 위안(약 105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금융 지원 패키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국내 기업들에 자국산 장비와 칩 사용을 사실상 의무화하며 생태계 전반의 자립을 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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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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