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언, 쇼트트랙 남 1000M 동메달
▶ 5위 달리다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
▶ 사진 판독 끝에 ‘간발의 차’로 3위
▶ 한국 쇼트트랙 밀라노 첫 메달
막내가 해냈다. ‘메달밭’이라 불리던 한국 쇼트트랙의 아성이 흔들리려는 순간, 임종언(19·고양시청)이 쟁쟁한 외국 선수들 틈에서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며 분위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임종언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 한국 쇼트트랙의 첫 메달이자, 그의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다.
짜릿한 역전 레이스로 얻은 값진 결실이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황대헌(27·강원도청), 신동민(21·화성시청)이 각각 8강, 4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홀로 결선에 진출한 임종언은 집념의 레이스를 펼쳤다. 3위로 출발했으나 4바퀴를 남기고 최하위인 5위로 뒤처지며 메달과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결승선 직전 마지막 코너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바깥쪽으로 치고 나와 ‘날 내밀기’로 극적인 3위를 완성했다.
4위 윌리엄 단지누(캐나다)와 거의 동시에 들어오며 사진 판독까지 이어졌고, 임종언이 간발의 차로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임종언은 “결승선 통과하고도 동메달인지 4등인지 헷갈렸다. 메달 확정 후 주변에서 축하를 받는 순간 울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나를 믿어준 모든 분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너무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임종언은 한국 쇼트트랙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17세였던 2024년 ISU 쇼트트랙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일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노력파’라 강조한 그는 “단체 훈련이 끝난 뒤에도 개인 훈련을 따로 한다”며 “특히 러닝은 남들보다 두 배 이상 뛰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체력이 훨씬 단단해지고, 빙판에서 버티면서 속도를 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유독 체력 강화에 매진한 건 크고 작은 부상들을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중학생 시절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사고로 1년 가까이 스케이트를 타지 못했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부상들에 시달리며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을 바짝 끌어올렸지만, 막상 처음 서는 무대의 압박감은 만만치 않았다. 임종언은 “전날까지만 해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과 부담이 컸고, 자신감도 부족해졌다”며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굉장히 피곤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경기 당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임종언은 “오늘(13일) 아침에 일어나 ‘어차피 나는 첫 올림픽이고, 아직 어려서 기회도 많다. 나 자신을 믿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오자’고 다짐했다. 순간 자신감이 차오르더라”며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종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5일 1,500m에서 다시 한번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이제 긴장도 조금 풀렸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았다. 1,500m에서는 좀 더 후회 없이, 지금처럼 자신감을 갖고, 나 자신을 믿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또 한 번의 질주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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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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