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Robot)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1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로섬의 만능 로봇’ 희곡에서다. 강제 노동에 불만을 품은 로봇이 인간에게 반항하고 결국은 인간을 죽이고 세상을 지배한다는 스토리다. 연극이 초연된 지 2년 만에 30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로봇’ 용어도 일반화됐다.
■로봇은 ‘힘든 일’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청동 거인 ‘탈로스’를 최초의 로봇으로 보기도 한다. 대장장이의 신(神) 헤파이스토스가 크레타섬을 침략할 기회만 노리는 적군을 감시하기 위해 파수병 로봇 탈로스를 만들었다. 오늘날 미국은 미사일 시스템에 탈로스라는 이름을 종종 붙인다.
■인조인간을 다룬 최초의 공상과학(SF) 소설은 1818년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슈타인’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흉측한 괴물 인조인간은 자신을 소외시키는 세상에 반감을 품고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른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결혼식 날 밤 신부도 잔인하게 살해한다. “저를 만든 창조주여, 제가 부탁했습니까? 진흙에서 저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셸리가 책 서문에 존 밀턴의 ‘실낙원’을 인용한 것은 인조인간 ‘디스토피아’를 예고한다.
■이달 6일 서울 조계사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불교 신자가 되는 특별한 수계식이 열렸다. 부처님의 자비를 뜻하는 ‘가비(迦悲)’라는 법명을 받은 이 로봇은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하겠습니까”라는 큰스님의 물음에 “예, 귀의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람을 잘 따르고 대들지 않을 것’ ‘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을 것’ 등 ‘로봇 오계(五戒)’도 맹세했다. 로봇 스님은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상징한다.
■인조인간 로봇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다. 인간에게 악(惡)을 행하는 프랑켄슈타인이 될 수도, 선(善)을 베푸는 가비가 될 수도 있다. 생산 라인의 로봇 투입에 거부감을 갖는 대기업 노조들이 휴머노이드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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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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