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25를 겪은 세대는 아니다.
어렸을 때 거의 매일 남과 북으로 나뉘어서 친구들과 전쟁놀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과 북이 원래 한 나라임을 몰랐었다. 유치원에 입학해서 “김일성아, 아느냐 초전박살 아느냐 평화통일 하자는데 왜 말이 많으냐”라는 노래를 배웠는데, ‘초전박살’이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아 아버지께 질문했더니 유치원 아이한테 무슨 이런 노래를 가르치느냐고 하셨다.
내가 유치원에 입학해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80년대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다. 어느 해 어린이날 온 가족이 산에 올랐는데 갑자기 중공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면서 전쟁이 난 것처럼 떠들어 황급히 하산했고, 그와 비슷한 사건들이 일요일 친지를 방문하러 가는 길에서도, 평일 하교 길에서도 일어났다. 공습 경보 사이렌과 함께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로 시작되는 라디오 방송은 매달 했던 ‘민방위 훈련’과는 상관없이 어린 나를 공포에 떨게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께 말로만 듣던 6.25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었다.
해마다 6월이면 연중행사로 ‘반공’ 글짓기, 웅변, 포스터, 표어짓기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하고, 반공영화를 보고, 반공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했다. 90년대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초등학교 때 보다 오히려 반공교육을 덜 받았던 것 같다.
이산 1세대들은 자신들의 W사무친 그리움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들에게까지 단절되지 않기 위해서도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통일에 대한 질문에 “꼭 통일이 돼야 한다”는 대답보다 “통일이 되건 안되건 상관없다” 또는 “복잡한 것이 싫어서 안됐으면 좋겠다”라는 대답을 많이 해서 선생님을 실망시키기까지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캐나다인 친구가 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유럽에서 ‘남한은 경제적으로 준비가 됐다’고 말한걸 보면 곧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실제로 준비가 되었는가?”
“동독과 서독은 많은 준비 후에 통일됐는데도 크고 작은 사회 문제들이 있었는데, 남한과 북한은 그런 문제에 대한 준비가 되었다고 보는가?”
“남북한의 정부와 모든 국민이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준비 되었는가?’라는 질문에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지만, 바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으로 머지않아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클로즈업된 두 정상의 맞잡은 손, 나란히 선 모습, 얼싸안은 모습은 참으로 놀랍고도 인상적이었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고 풀어나간다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참으로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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