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이 어릴 때는 매우 유연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굳어지기 시작하여 늙으면 아주 뻣뻣해진다. 어린이들은 고사리처럼 체조를 하지만 어른들은 허리 굽히기 운동이 쉽지 않다. 노인이 되면 뼈가 굳어져 부러지기도 쉽고 한 번 부러지면 잘 붙지도 않아 고생하게 된다.
신체의 각 부위가 모두 그렇다. 노화현상이라는 것은 신체의 각 기관이 굳어져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병으로 나타난다. 혈관에 지방이 끼면 동맥경화증이 되는데 이로 인해 혈류가 막히면 심장마비이고, 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높아진데다 혈관의 신축성마저 없게되어 실핏줄이 터지면 뇌출혈의 위험도 있다.
유연성을 잃으면서 노화와 사멸의 과정을 겪는 것은 사람 뿐 아니라 모든 동식물이 마찬가지이다. 동식물 뿐 아니라 모든 자연 또한 그런 과정을 되풀이 한다. 물이나 흙은 동식물에 좋은 연한 알카리성에서 산성으로 변해가고 계절도 따뜻한 봄에서 여름, 가을로 굳어져서 죽음처럼 찬 겨울이 된다.
그렇게 보면 사람의 마음도 똑같이 변해가는 것 같다. 사람이 본질적으로 선하느냐, 악하느냐에 관해서는 성선설도 있고 성악설도 있다. 사람의 마음 속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는 이상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착하고 부드럽고 거짓을 모르는데 나이를 먹고 지능이 높아가면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잘난 척하고 거짓말을 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양심마저 노화현상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의 과정에서 돈을 벌거나 출세를 하는 등 이른바 성공을 한 사람들은 이런 경화현상이 심하다. 마음이 굳어질대로 굳어져 사람과 사물을 업신여기고 자기의 고집만 내세운다. 너무도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탓에 목이 뻣뻣해지고 목소리도 달라진다. TV를 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종교인이라는 사람들도 신자가 많아지고 힘이 생기면 마치 신이나 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와같은 정신적 경화는 결국 멸망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다. 사람의 몸이 굳어지면서 노화되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TV 사극 「태조 왕건」에서 궁예와 견훤이 처음에는 백성들을 위한다는 좋은 생각에서 군사를 일으켜 큰 세력을 형성하지만 나중에 대왕을 칭하면서 자기도취와 교만에 빠져 난폭한 학정을 함으로써 멸망의 길을 걷는다. 독재정권과 독점재벌이 무너지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업이나 가정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굳어졌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데 사람의 마음이라고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굳어지는 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세월따라 찾아오는 마음의 노화, 즉 마음의 경화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노화를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 있듯이 유연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초심(初心)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랑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게 봄날과 같은 초심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우리 한인들이 이민을 올 때 누구나 많은 꿈을 가지고 왔다. 어떤 사람은 그 꿈을 어느 정도 이룬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젊은 시절의 마음과 열정은 거의 잃고 말았다. 이제 그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한 번 더 도약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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