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첫 올림픽을 개최한 호주도, 고대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도, 엣소련 붕괴로 스포츠무대에서도 부동의 최강으로 군림해온 미국도 아니었다.
휘황찬란한 조명이 꺼지고 11만8,000 관중들이 어둠속에서 숨을 아껴가며 기다리는 찰나, 한줄기 또 한줄기 점점 굵어지는 빛을 타고 나타난,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던 마지막 성화주자도 아니었다.
14일밤(이하 LA시간) 식전 여흥행사를 시작으로 15일 새벽까지 이어진 제27회 시드니올림픽 공식 개막식에 역사성을 부여한 하이라이트는 ‘하나로 뭉친 코리아’였다.
한반도기를 사이좋게 맞잡은 정은순(남)과 박정철(북)을 앞세우고 남녘 90명, 북녘 90명 모두 180명의 코리아선수단이 손에 손에 한반도기를 흔들며 도란도란 입장하는 순간, 새 천년 도래를 노래해온 세계인들은 여태 씻어내지 못한 20세기 냉전의 유물이 남아있음을 새삼 상기했고 동시에 그다지 멀지않은 어느날 기어이 씻겨내려갈 수밖에 없으리란 믿음도 함께 확인했다.
갈등과 증오의 벽을 허물고 인류평화축제 한마당을 연다는 당초 취지와는 딴판으로 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40년, 44년)되고 동서 이념분쟁에 휘말려 반쪽대회로 전락(80년 모스크바, 84년 LA)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던 올림픽의 본래 모습을 88년 서울대회가 거의 되찾아 주었듯이 이번에는 올림픽이 하나였던 코리아의 본래 얼굴을 되찾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 또한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그래서 더욱 뜻깊은 이번 올림픽 개막식은 15일 새벽1시 세대간 화합을 상징하는 15세-77세 기수들이 탄 기마대가 스테디엄 오스트레일리에 입성, 5대륙을 상징하는 올림픽마크를 그려낸 뒤 일제히 "굿다이!(Good Day의 호주식 발음)"를 외치면서 본격 막이 올랐다. 이어 윌리엄 딘 총독과 후안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장 등 귀빈들이 입장하면서 ‘해저의 꿈’에서 ‘영원’까지 7가지 테마로 원주민 시대에서 영국인들의 이주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호주의 역사를 자연속에 담아낸 화려한 행사가 펼쳐졌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는 관행에 따라 그리스선수단을 필두고 각국 선수단이 알파벳순서로 입장하고 가수 올리비아 뉴튼존과 존 판험의 노래에 맞춰 호주선수단이 마지막으로 입장한 뒤 윌리엄총독의 공식 개막선언·올림픽기 게양에 이어 성화대 점화로 절정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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