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싱가포르 항공 006편 747기에 한인 백승열(미국명 제임스·29)씨가 탑승하고 있었으며 백씨는 사고 순간 2층 비즈니스 클래스에 있다가 화염에 싸인 비상구를 열고 땅으로 뛰어내려 무사했던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백씨는 1일 새벽 2시 호텔에서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사고 당시의 날씨가 너무 나빠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며 "비상구마저 고장나 슬라이드가 나오지 않았으며 무조건 뛰어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백씨는 오른손에 가벼운 부상만을 입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백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31일 밤 이륙 당시의 날씨는 태풍의 영향으로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 시야가 매우 불량한 상태였어요, 날씨가 너무 나빠 옆 승객에 걱정스런 말을 건넸는데 이 승객은 ‘이 정도면 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위로했어요. 그런데 정말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자리가 항공기 2층 비즈니스 클래스였다는 백씨는 정확히 밤 11시18분 비행기가 이륙준비에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수분간의 이륙준비 동안 다른 때와 달리 너무나 조용했어요. 아마 날씨 때문에 모두가 걱정을 했었나봐요. 그런데 비행기 타이어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오르는 순간(백씨 증언으론 2~3초 후), 갑자기 기체가 내려앉으며 "꽝"하는 소리가 나고 비행기가 요동을 쳤어요. 순간적으로 밖을 내다봤는데 날개에 불길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순간적으로 라이트가 꺼지면서 실내는 어둠으로 변했고 그런 와중에서 벌써 2층의 일부 승객들이 황급히 짐을 챙겨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보였다고 백씨는 전했다.
"나도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다시 2층으로 올라갔지요. 비상구를 찾으니 한쪽 비상구는 이미 불길이 휩싸였고 다른 쪽 비상구를 다른 서너 사람과 열었지요"
백씨는 있는 힘을 다해 한쪽 비상구를 열었는데 자동적으로 공기가 주입돼 지상과 연결되는 슬라이드가 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너무 다급한 상황이어서 ‘무조건 뛰어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백씨는 건물 2층 높이의 항공기에서 무조건 뛰어내렸다. 같이 뛰어내린 사람도 있는데 몇 명이나 뛰어내렸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백씨는 정신을 차리고 비행기 쪽을 바라보았는데 기체 뒷부분이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지상은 비가 와서 물로 흥건했으며 앰뷸런스가 와 타고 병원에 도착, 오른손에 약간의 치료만 받고 곧 퇴원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의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아 이렇게 큰 사고인 줄 몰랐다고 전한 백씨는 "지금 생각하니 내 자신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백씨는 "79명이 사망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테라다인’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중 업무차 10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했던 백씨는 임신 중인 아내 백은주(25)씨를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백씨는 "내년 3월 아빠가 된다"며 "이젠 비행기 탑승이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웨스트 코비나 백씨의 아버지 백경환 목사(미주성산교회 음악목사) 집에는 1일 내내 친지와 언론들이 모여 백씨의 소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백목사는 "31일 아침 교회 사무실로 전화로 탑승했던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전해와 처음 알았다"며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2일 밤 LA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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