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사회의 외형은 21세기의 이름에 걸맞게 성장했지만 타운 곳곳을 돌아보면 아직도 한인들끼리 얼굴을 붉히고 눈살을 찌푸리는 행태들이 만연돼 있다. 타인의 불편은 아랑곳 않는 무례, 규정쯤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한국식 적당주의, 눈앞의 이익만 쫓아 고객을 속이고 무시하는 상혼 등...
결국은 이 모두가 작은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제 이민 2세들의 미 주류사회 진출이 두드러지고 한인사회가 미국 속에 나름대로의 독특한 이민문화를 형성해 가면서 ‘이제는 좀 달라지자’는 자성의 소리가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어느 듯 우리 생활 속에 필연인 것처럼 무감각해져 버린 무질서와 비도덕적 행동들. 이제 그 무질서의 틀을 벗어 던지고 보다 ‘밝은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기본은 지키자’ 시리즈를 기획·연재 시작한다.
공공 질서의식 실종"거긴 담배 못 피우잖아, 한국 집으로 가자"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미국에서도 ‘한국 집’은 예외다. 식당과 카페, 술집 내부에서는 금연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한인 업소들에서 담배를 피우는 손님을 발견하기는 쉽다. 단속 때문에 시행 초기보다 덜하긴 하지만 여전히 업주가 말려도 공공연히 재떨이를 요구하는 한인들이 많다.
더 큰 문제는 한인타운에서는 규정과 원칙을 무시해도 된다는 ‘예외의식’에 있다. 한 식당업주는 "미국 식당에 가면 고분고분한 중년의 한인들이 한국 집만 오면 ‘담배도 못 피우게 하냐’며 큰소리친다"고 하소연했다.
비디오를 대여해 보는 데서도 이같은 행태는 마찬가지다. ‘한국 집은 반납일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발상이 만연돼 있다. 한번 빌린 비디오는 친구들끼리 두고두고 돌려본다. ‘비디오 집이 많은데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냐’는 식의 태도에는 업주들도 어쩔 수가 없다. 한 업주는 "요즘은 한 아파트 내에서 돌려보는 게 유행이어서 일주일 안에 반납되면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또 다 본 테입을 되감아 돌려주는 한인들도 드물다. 비디오점 관계자들은 테입을 되감아오는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도 미국계 비디오 체인점에서는 연체료가 무서워 날짜를 정확히 지키고 테입도 꼬박꼬박 되감아 반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샤핑 때에도 타인의 불편을 고려하는 공공의식이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고른 물건을 맘 바뀌면 아무데나 두고 간다. H마켓의 한 매니저는 "아이스크림이나 얼린 고기 등 냉동식품은 한번 녹으면 복구할 수도 없어 고스란히 버린다"고 토로했다.
계산하기 전에 음료수 마시고 아무데나 얹어놓는 사람, 시식코너 음식을 돌아다니면서 먹거나 땅콩을 한 줌 집어 까먹으면서 여기 저기 흘리는 사람, 먹다 남은 순대를 눈에 띄지도 않는 곳을 비집고 은폐시키는 사람, 야채 고른다고 들쑤셔놓는 사람 등 도대체 양식이 의심스러운 한인들은 의외로 많다.
A마켓은 결국 과일 코너에 청소담당 직원을 따로 배치했다고 한다. 매니저는 "매일 아침 야채를 1시간씩 정리하는데 소용없다. 제일 싱싱하고 좋은 것을 맨 위에 놓는데 왜 굳이 밑에 있는 것을 뒤적거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인들의 기본 안 지키기는 주차장에서도 나타난다. 장보기를 마친 후 카트를 차량 사이에 살짝 밀어 넣고 그냥 가버리는 일이 예사다. 한 마켓은 카트를 하루 1,200여개 돌리는데 이중 30%는 주차장 아무 곳에나 방치된다고 한다. 삐죽이 서 있는 카트 때문에 주차장내 접촉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한인들도 이제 ‘이쯤이야 괜찮겠지’하는 ‘적당주의’를 버리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공공의식 회복할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YWCA 한인 상담실의 자넷 리씨는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미국식 합리적 원칙을 좋게 평가하면서도 스스로는 이를 지키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작은 것에서부터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고 원칙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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