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데일에 사는 주부 신모씨는 최근 한인 운영 소형마켓에서 깻잎 밑반찬을 샀다가 그 사이에서 벌레와 벌레집이 나오는 바람에 기겁을 했다. 구입한 곳에 가져가 식품용 재료를 제대로 씻지도 않느냐고 따지자 마켓 매니저는 "반찬은 우리도 사오는 것이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며 "돈을 돌려주면 될 것 아니냐"며 도리어 화를 내더라는 것. 신씨는 "식품이 불결한 것도 문제지만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뭘 그만한 일로 따지냐는 식으로 나오는 태도가 더 문제"라며 "도대체 고객을 어떻게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한인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경제규모도 커졌지만 한인 업소들의 서비스 정신은 성장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일부 업소에서는 아직도 불친절과 고객 무시가 일상화돼 있다는 얘기다.
올해 초 타운내 가정용품점에서 믹서기 하나를 구입한 직장인 김모씨. 애프터서비스 여부와 기간을 물었다가 세일즈 직원과 캐시어로부터 "아마 1년까지는 되지 않겠느냐" "담당이 아니어서 모르겠다"는 대답만 들었다. 답답해진 김씨가 "모르면 물어서라도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치자 그때서야 직원 몇 사람을 거쳐 1년 워런티가 된다는 말과 함께 무마조인지 국산차 한 봉지를 덤으로 주었는데 집에 돌아와 뜯어보니 이 마저도 유효기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묵은 상품이었다는 것. 김씨는 "친절한 서비스는 고사하고 몹시 우롱 당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불친절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유독 한인업소에서는 아직도 쉽게 환불을 받기가 어렵다. 패션 직종에 종사하는 이모씨는 얼마전 타운내 한 여성 의류점에서의 경험이 씁쓸하다. 1,000달러나 주고 구입한 조지오 알마니 상표의 고급 정장이 깃부분 앞뒤의 색깔이 맞지 않는 등 하자가 있다고 생각, 이를 지적하며 교환을 요구했으나 업주는 "옷에 대해 잘 모르면서 하자 운운한다"며 면박을 준 뒤 한 벌밖에 없는 제품이라 교환을 해줄 수 없다고 버텼다. 이에 환불을 요구하자 계속 피하기만 하던 업주는 이씨의 상담을 접수한 소비자기관이 전화를 걸자 그 때서야 환불 약속을 하더라는 것.
또 타운내 한인 요식업소에서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아 한인 손님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는 하루 이틀 지적돼 온 사항이 아니다. 크레딧 카드를 받는 곳이라도 일부는 금액이 적은 경우 카드 승인이 거부된다며 결제를 회피, 결국 현금을 내게 하는 일도 적잖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업소는 크레딧 카드를 받는다고 버젓이 표시해 놓고도 카드를 내면 ‘기계가 고장났다’ ‘언제부터 카드를 안 받는다’고 둘러댄다. 모두 당장의 이익에 눈멀어 고객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서비스 정신의 부재’에서 비롯된 폐단들이라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타운내 업소를 찾으면 뭔가 속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한인 소비자들의 불신 정도가 높아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이제는 한인 업소들도 한인사회의 성장에 걸맞는 상도덕과 서비스 정신을 회복해야 하며 한인 고객들도 제 권리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연합회 분쟁중재센터의 황금지 디렉터는 "한인들끼리는 함부로 대하고 속여도 된다는 일부 상인들의 자세에 근본문제가 있지만 당하는 소비자들도 ‘웬만하면 참고 말지’하며 지나치는 태도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며 "이제 한인 업주들은 서비스 정신을 되찾고 고객들도 권리의식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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