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는 청혼’보다 자장면 주문 폭주등 ‘맛으로 승부한다’
먹는 것을 빼고 인간을 말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언제부턴가 생존 차원을 넘어 고급 문화의 형태로 발전해왔다. 특히 음식과 관련한 내용은 문명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까지 이용됐다.
최근 TV를 켜면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난다. 요리 자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교양 토크쇼, 심지어 드라마에도 요리가 등장하고 있다. 이제 평면적인 시각 효과에 미각까지 자극하며 입체감 있게 시청자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요리는 즐거워
지금은 뜸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늘의 요리’류의 프로그램이 아침 시간대에 꼭 있었다. 느즈막이 일어나 밥을 해먹는 자취생, 초보 주부에게는 요긴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배달이 활성화되고 각종 인스턴트 식품이 활개를 치자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리고 같은 소재 다른 내용으로 빈자리가 채워졌다.
SBS TV <이홍렬 쇼>의 ‘참참참’은 대표적인 경우. <이홍렬 쇼>는 요리를 어떻게 곁들이면 대화를 맛있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 전형을 보여준다. 출연자와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면서 나누는 대화에 진실이 담겨있다. 요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듯, 그 앞에 선 인간도 솔직하고 담백해진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즐겁다.
▲요리는 솔직하고 즉각적이다
KBS 2TV <야!(夜) 한밤에> ‘진실 혹은 대담’ 코너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람들의 대화가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음식을 함께 먹어보라는 말이 있다. 이곳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은 다른 토크쇼에서는 감히 할 수 없는 말을 서슴없이 던진다. "1,000만원 매춘 제의를 받았다"는 탤런트 조은숙과 "난 남자가 좋다"는 배우 홍석천의 발언은 사회적 파장의 진원지였다.
서민들에게 친근한 중국집을 배경으로 요리사의 사랑을 그린 MBC TV 드라마 <맛있는 청혼>은 내용 뿐 아니라 맛깔스런 화면으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기 시흥에 사는 주부 박미경(29)씨는 "재방송을 보면서 자장면이 먹고 싶어 중국집에 전화 했더니 주문이 폭주해 곤란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시청자들의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즉각적 일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요리에 불황은 없다
비교적 늦게 등장한 케이블TV 요리채널 ‘채널F’는 하루종일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내는데 높은 시청률로 벌써 자리를 잡았다. 선정적이지도 않고 같은 요리를 해도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다. 마침내 ‘쿠킹 호스트’라는 새로운 MC 직종도 생겼다.
요리라는 소재는 용도도 다양하다. 다큐멘터리 시사교양 코미디 드라마 등 원하기만 하면 어디든 접목시킬 수 있다.
출출해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대 MBC TV <생방송 화제 집중>과 SBS TV <리얼 코리아>에는 꼭 음식점이 등장한다. 대부분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으로 군침을 삼키게 한다. 이 코너가 나가면 각 방송사 홍보실에는 음식점 위치를 묻는 문의전화가 폭주한다.
"매번 방송사에 전화하기 귀찮으니 제발 어디인지 아예 방송에서 소개해달라"는 시청자의 항의 섞은 요구에 방송사의 답은 늘 마찬가지다. "저희도 전화받기 힘들지만, 현행 방송법상 음식점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내보내면 간접광고로 제재받습니다."
IMF 구제금융 파장으로 세상이 썰렁해졌어도 오히려 외식 산업은 성장했다. 퓨전푸드가 자리를 잡았고 각종 패밀리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입는 것 쓰는 것은 줄여도 먹는 것은 줄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방송이 뒤늦게 이를 따라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태수 기자 ohyes@dailysports.co.kr
<사진설명>
①드라마 <맛있는 청혼>은 서민들에게 친숙한 중국집을 배경으로 한 내용으로 자장면이 자주 등장해 늦은 밤 시청자들의 식욕을 돋군다.
②정은아가 쿠킹 호스트 등장하는 케이블 TV 채널 F의 .
③SBS TV <이홍렬쇼>의 ‘참참참’코너에서 요리를 만든 핑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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