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만-루이스전 깜짝승부에 링 반응 냉담... 타이슨엔 청신호
재주는 라만이 넘고 재미는 타이슨이 보게 생겼다. 그러나 더 큰 손실은 적어도 상당기간 프로복싱 헤비급 마켓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링의 돈줄인 미국 TV시청자들 입맛에 맞춰 사상 유례없는 꼭두새벽 주먹대결로 화제를 뿌린 WBC-IBF 헤비급 세계통합 타이틀매치 레녹스 루이스(영국)-하심 라만(미국)의 남아공 승부는 라만의 예상밖 5회 KO승으로 끝남에 따라 전혀 엉뚱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우선 이 괴상한 타이틀전에 걸린 승리의 월계관은 라만이 아니라 ‘무관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에게 돌아갈 공산이 높아졌다. 링안에서는 귀 물어뜯기, 링밖에서는 폭행·강간 등 망나니짓을 거듭하다 다시 주먹세계 평정을 노리고 있는 타이슨으로선 아무래도 껄끄러운 루이스 대신 약체 라만이 챔피언이 돼 그만큼 정상으로 가는 길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루이스가 그동안 갖가지 핑계를 대며 타이슨과의 정면대결을 회피해온 점(타이슨측 주장)에 비춰보면 일리있는 분석이다.
WBC 세계랭킹 1위 타이슨의 에이전트 셸리 핀켈은 루이스-라만전이 끝나자마자 "라만은 (루이스가 지고 있던) WBC의 지명방어전을 승계한 셈이고 지명방어전 상대는 타이슨"이라고 못박았다. 핀켈은 또 라만-루이스전 계약서의 리매치 조항에 대해서도 "라만-타이슨전이 우선"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타이슨 역시 22일 "나는 헤비급 챔피언 등극의 꿈을 이루기 위해 라만과 어디서든 싸울 것"이라고 서둘러 선전포고를 해놓았다.
루이스-라만전의 진정한 승자가 타이슨이라면 진정한 패자는 누구일까. 현재로선 헤비급 마켓, 나아가 프로복싱 자체가 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루이스-라만전을 ‘도쿄의 반란’으로 불리는 지난 90년 타이슨-버스터 더글러스전(더글러스 KO승)에 비유하며 헤비급의 재앙으로 단정한 LA 타임스 평가는 자못 시사적이다.
특정선수의 독주에 곧잘 싫증을 내면서도 세대교체가 잦아지면 약골·단명 챔피언이라 외면하고, 의외의 승부를 기대하면서도 막상 눈앞에서 펼쳐지면 한동안 뉴파워 출현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팬들의 변덕때문에 헤비급 복싱이 불황에 빠질 수밖에 없으리란 지적이다. 이같은 전망은 프로복싱 3대기구중 마지막 남은 WBA의 챔피언마저 마흔살을 바라보는 이밴더 홀리필드에 이긴 존 루이즈인 현실과 맞물려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돌파구는 있다. 헤비급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주먹제왕 탄생이다. 현재 사각의 정글을 배회하는 복서들중 거기에 가장 가까운 주먹은 역시 타이슨이다. 라만이 헤비급 불황타개의 선봉에 서는 길이 꽉 막혀버린 것은 아니다. 그가 앞으로 강타자들과의 정면대결에서 속속 승리해 루이스의 게으름에 편승한 약골 챔피언이란 팬들의 ‘오해’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라만이 반드시 손봐야 할 주먹은 타이슨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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