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입술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강아지 밥그릇을 한 목댕기 신사가 10만원에 팔라기에 미친놈이 따로 없아 싶어 얼른 팔아버렸더니 알고 보니 그것이 천만원도 넘는 이조백자였다더라 하는 식의 골동품에 얽히고 설킨 일화는 허다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골동야화는 그런 허무하고도 맹랑한 사랑방 이야기가 아니다. 골동 초보자를 위한 골동품 상식에 관하여 특히 한국 골동품의 한 많은 수난사에 대해 말하고저 한다. 때문에 야화이기 보다는 야사(野史)에 가깝다.
역사를 야화식으로 풀이한다면 정사(正史)는 살을 발겨낸 뼈다귀 맛이요, 야사(野史)는 살이 듬뿍 붙어있는 갈비 맛이라 할 것이다.
1. 골동이란 무엇인가!
골동이란 어원은 고대중국의 시골에서 쓰던 말로서, 일상적으로 별 쓸모가 없는 이름하여 잡동사니를 지칭하는 일종의 천어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새 것에 밀려 잡동사니로 취급받던 물건 가운데서도 옛 정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물건을 거둬들여 장식용으로 쓴다든가, 또는 고풍스런 생활용품으로, 제 3의 가치를 인정받는 물건으로 자리잡아 가면서 “새 것” “중고”와는 또 다른,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를 굳혀 나갔다. 때문에 그 가치는 오랜 연륜과 희소성으로 좌우된다.
중국에는 서화골동(書畵骨董)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고서나 고화를 일반 골동품과 분리(일종의 차별화)시켜 이르는 말이다. 지금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골동품을 고미술품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현대미술에 대한 상대적 개념을 높이기 위함인 것 같다. 그러나 그 보다는 골동품 영역에 집어넣기는 다소 이질감을 갖게 하는 고서, 고화, 고직물, 동전 등을 포함시킨 넓은 개념에서 고미술품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고미술에 속하지 않는다기 보다 별도로 분리시켜 고민예(古民藝)라고 부르는 영역이 있는데 주로 옛 조상들의 생활용기(고가, 디딜방아, 멧돌, 다듬잇돌, 집신 등)를 포활적으로 고민예품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 모두가 넓은 의미에서 골동품에 속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2. 골동 가치
어느 비오는 날 백인 노신사가 나의 스튜디오에 찾아왔다. 가죽쌈지 속에서 두 동강이 난 골방대(일영 마도로스 파이프)를 조심스럽게 내 손바닥에 건네주면서 금방 눈물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슬픈 표정을 짓는다. 물론 ‘복원’을 바라는 것이었으나 골방대는 그렇게 옛날 것도 아니고 유명상표도 아니고 그렇다 해서 유명인사가 소장했던 것도 아닌 것 같다. 노신사의 말에 의하면 농부였던 아버지가 쓰던 유일한 유물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의 물건은 상품가치로서 보면 프리마켓에도 내놓지 못할 정도로 무가치하다.
“아버지의 유품이라니 복원을 해드리겠으나 이 파이프의 가치에 비해 매우 비싼 값을 치루셔야 합니다… 작업과정은 물건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똑같으니까요.” “이 파이프는 다른 어떤 유명 파이프 보다도 나에게는 가
장 귀중한 물건입니다. 비용에 구애받지 않을터이니 잘만 고쳐 주시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남이 보아서는 한 푼어치의 가치도 안되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소장자 자신에게는 무한한 사연이 담겨있는 한 두점의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하얀 고무신이나 놋쇠 재털이! 학교 갈 때마다 반찬 투정으로 어머니를 울리곤 했던 찌그러진 양은 도시락! 보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그 나만의 희소가치를 돈으로 측정하겠는가, 아니면 샤넬 금딱지 구리무통으로 보상하겠는가!
이조백자나 고려청자가 대신할 수 없는 그 가치, 그 나 혼자만의 가치가 바로 골동품의 4대 가치 가운데 상대적으로 시장가치가 적은 주간적 가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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