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도 전문화 시대다.
시트콤이 각 방송사 최근 봄 개편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방송사마다 기존의 시트콤에 한 개 정도를 추가했으니 가히 ‘시트콤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양이 늘어난 만큼 질도 좋아졌을까.
아직까지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새롭게 등장한 시트콤들은 무엇보다 소재의 다양화와 전문화를 내세우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직업이 등장하고, 엄숙하기만 할 ‘어른’들이 웃음의 대상이 돼버린다.
근엄한 중견 연기자 역시 시트콤에 도전해 망가지고 있다. 코미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모호한 장르 시트콤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그들은 시청자에게 색다른 웃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 등장인물 직업의 다양화. 전문화가장 앞서 시작한 SBS TV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소방파출소장의 집을 배경으로 한다. 그 전에 <순풍 산부인과>에서는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KBS 2TV <멋진 친구들>은 방송사를 배경으로 한다. 전편에서는 예능국을 배경으로 했고, 개편과 함께 새로 시작한 <멋진 친구들 2>는 극의 배경을 라디오국으로 옮겼다.
SBS TV <허니 허니>는 부부생활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세 친구>의 성공으로 ‘성인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새롭게 개척돼 야심차게 시작하는 시트콤이다.
KBS 2TV 새 시트콤 <쌍둥이네>는 변호사가 등장한다. 관록있는(?) 변호사의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웃음 틈새를 공략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작품은 MBC TV <오늘 밤 좋은 밤>내 한 코너로 시작한 ‘총리 일기’.
공략하기 쉽지 않았던 정치인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근엄해야 할 총리는 황당한 웃음의 소재가 됐고, 우아해야 할 총리 부인은 푼수가 됐다.
I TV의 <립스틱>은 성인 여성의 일과 사랑을 따라가고 있으며, 인터넷에선 술집 호스티스가 등장하는 <파라다이스>까지 방송되고 있다.
기존의 MBC TV <뉴 논스톱>과 SBS TV <골뱅이>는 청춘 시트콤으로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시트콤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직업의 다양화는 다양한 색깔의 웃음을 유발하게 된다.
◆ 시트콤 전문 배우 탈피. 소재가 다양해지고, 작품이 늘어나면서 배우들도 많이 필요하게 됐다. 이로 인해 ‘시트콤 전문 배우’는 사라지고, 새로운 얼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전까지 시트콤 전문 배우의 대표 주자는 누가 뭐래도 오지명. <순풍 산부인과>에 이어 이번에 <쌍둥이네>에서는 직접 제작까지 맡았다.
그리고 박정수 권오중 김원희 등이 전문 배우로 꼽혔으나 새롭고 신선한 얼굴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정통 배우인 신구는 고집불통 할아버지로, 젊은 시절 멜로극의 주인공이었던 노주현도 망가지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쌍둥이네>의 강부자 역시 ‘파격적인’ 캐스팅. 엄한 시어머니의 이미지가 박혀있는 그가 오지명과 콤비를 이루고 있다. 정선경도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에 도전했고, 김주승도 어눌한 몸짓으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시트콤 연기가 가볍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내야 하기에 대본에 쓰여진 대로 정확한 연기를 필요로 한다. 애드리브가 오히려 통하지 않는 곳이 시트콤인 것.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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