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자녀 둔 40세 ‘싱글맘’ 역경 딛고 버클리대 졸업
세 딸을 둔 40세의 베트남 난민출신 편모가 ‘어머니 날’인 13일 UC버클리를 졸업한다. 열악한 조건에서 홀로 세 딸을 뒷바라지 해가며 7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베트남에서의 끔찍한 집단수용소 생활과 목숨을 건 해상탈출, 선천성 심장병을 지닌 쌍둥이 딸의 출생, 이혼, 갑자기 찾아온 치명적 병마 등 지난 20년 간 빅토리아 구엔이 걸어온 인생 역정은 피눈물로 헤쳐낸 ‘길 없는 길’이었다.
스타급 고교 수영선수였던 구엔의 시련은 월맹군이 사이공을 함락시킨 75년 4월30일부터 시작됐다. 종전 직후 병든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구엔은 집단수용소로 끌려가 비좁은 방에서 50명의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2년 반을 보내야 했다 .
약품은 말할 것도 없고, 먹거리와 식수마저 부족한 수용소에서 구엔은 병든 환자들을 돌보며 하루 하루를 버텨나갔다. 말못할 고생을 했고, 끔찍한 일도 숱하게 겪었으나 그는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믿음을 지팡이 삼아 인생의 첫 시련을 이겨냈다.
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6번이나 국외탈출을 시도했던 그는 81년 1월, 전직 월남군 장병들의 도움으로 베트남 영해를 벗어나는데 성공하지만 해적의 공격을 받아 또 한번 죽을 고비를 맞게 된다. 수영을 못하는 탈출자 가족의 ‘구명복’ 역할을 해준다는 조건에 배를 얻어 탔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약속을 지켰고, 태국 해안경비대에 극적으로 구조된 후 난민신분으로 미국에 건너왔다.
결혼을 하고 첫 딸을 낳은 그는 3개의 일자리를 뛰어다니며 베트남에 두고 온 혈육들까지 뒷바라지했다. 그러나 구엔은 선천성 심장병을 지닌 쌍둥이 딸을 낳으면서 또다시 벼랑끝으로 몰렸다. 남편은 쌍둥이 병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 두겠다는 그를 매정하게 내쳤고, 이혼을 당한 구엔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자식들을 지켰다.
한발자국 디딜 곳조차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버클리에 입학, 통합 생물학이라는 어려운 분야에 도전한 그는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진단 결과는 뇌동맥류. 여기서 구엔은 또 한번의 기적을 경험한다. 세 차례나 연기된 수술을 앞두고 실시한 재검에서 "동맥류가 축소됐고 마비됐던 팔다리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판정을 받은 것.
아직도 비정상적인 대뇌 압력으로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웅웅대는 소리가 들리고 몸의 균형을 잃어 자주 넘어지곤 하지만, 구엔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뒤흔들 수 없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졸업식이 끝난 뒤 학생 아파트를 비워주고 나면 당장 갈곳조차 마땅치 않은 형편이나 크게 걱정하는 눈치도 없다.
스스로를 ‘물’이라고 생각한다는 구엔은 "최상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상선여수’의 도를 굴곡진 세상살이를 통해 터득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내게 행하는 일들을 걸러내며" 물 흐르듯 살아왔다고 자평하는 그는 "요즈음 매일 매일이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내 행복의 비밀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깨어나는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24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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