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35)이 19년 전 링에서 사망한 불꽃 투혼의 프로복서 김득구의 생애를 영화화한다.
<친구>가 최고 흥행 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요즘 곽경택 감독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기 작품 준비에 들어갔다. 태릉선수촌의 남녀 국가대표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가정 유린과 그에 대한 ‘판박이’ 복수를 그릴 작품 등이 구상 중인 아이템이다.
그러나 곽 감독이 가장 적극적으로 염두에 둔 소재는 김득구 생애의 영화화다.
김득구(당시 26세)는 지난 82년 11월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호텔에서 벌어진 WBA라이트급 세계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레이 맨시니(21)에게 도전해 14회 KO패 당한 뒤 나흘 만에 숨졌던 비운의 복서다.
김득구는 절대 열세란 예상을 딛고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며 대등한 경기를 벌였으나 너무 큰 펀치를 맞아 종료 후 바로 의식을 잃었다. 그 후 뇌수술 등 온갖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그는 끝내 나흘 만에 사망했다. 맨주먹과 투지만으로 자신의 최종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링에 올랐다가 링에서 쓰러진 그의 이야기는 전 세계인들을 울렸다.
또한 그가 가난을 이기기 위해 껌팔이 구두닦이 등을 전전한 끝에 복싱을 시작했고, ‘가난은 나의 스승’ ‘괴로움은 순간이나 영광은 영원하다’는 혈서까지 써붙이며 자신을 채찍질했고, ‘챔피언이 된 뒤 결혼하자’던 약혼녀가 김득구 사망 당시 임신 중이었던 사실 등이 더욱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그러나 김득구가 이 세상에 남긴 것은 투혼 외에도 더 있다. 아버지가 링에서 쓰러질 당시 3개월째의 태아에 불과했던 유복자가 지금 19살의 청년으로 성장했고, 죽으면서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던 장기를 통해 김득구는 아직도 숨쉬고 있다.
이렇듯 감동적인 김득구의 생애를 곽경택 감독은 영화화하기로 결심했고, 다음 달부터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곽경택 감독이 <친구>와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준비하는 영화라 더욱 주목된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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