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½
흙 냄새가 물씬 나는 태초와도 같은 시골에 사는 아름다운 처녀의 지극한 순애보로 영상과 이야기와 주인공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순수하고 시적이요 또 정열적인 구식 러브스토리인데 사랑과 함께 가족의 중요성과 중국 농촌의 현실 그리고 현대화에 밀려나는 전통적인 것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중국의 명장 장이머(‘국두’ ‘홍등’)가 ‘와호장룡’ 이전의 장 지이를 써 만든 이 가슴 훈훈하고 찡하니 감동을 주는 풍요롭고 고운 영화는 여자가 주인공인 데다가 시골학교가 내용의 주요 소재로 등장해 장 감독의 ‘하나도 모자라선 안 돼’(Not One Less·1999)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은 철저하도록 단순한 사랑의 얘기로 일체의 문명적인 것을 기피하고 있는데 장 감독은 흥행위주의 할리웃식 영화를 닮아 가는 중국 영화를 거부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 북부의 한 초라한 시골 고향마을을 찾아오는 이 마을 태생의 도시청년 루오 유셍(선 홍레이)의 회상으로 진행된다(유셍의 집 방벽에 붙어있는 타이태닉의 포스터를 통해 장 감독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유셍은 갑자기 사망한 아버지 루오 창규(젱 하오)의 장례를 치르려고 귀향했다.
그런데 청년의 어머니 자오 디는 아버지의 시신을 병원서부터 마을까지 사람들이 운구해 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운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을 걷고픈 것이다.
흑백으로 묘사되던 장면은 여기서 40년전 과거로 돌아가며 눈부시게 찬란한 컬러 화면으로 바뀐다. 마을에 초등학교가 처음 생기면서 20세난 총각 선생님 루오 창규가 도착, 마을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데 이 선생님을 넋잃고 바라보는 사람이 이 마을서 제일 예쁜 방년 18세의 자오 디(장 지이).
이 영화는 자오 디의 얘기로 아름답고 수줍음 타는 처녀의 일편단심 사랑의 송가다. 디는 유셍의 음성을 듣고 또 그의 근처에 있기 위해 줄기차게 유셍의 주위를 맴돌면서 학교 앞과 마을 길목과 우물가에서 서성인다.
디의 간절한 사랑이 유셍의 가슴을 건드려 둘은 사랑의 문턱에 다다르나 유셍이 갑자기 도시로 임시 소환되면서(정치적 문제로) 디의 망부석 기다림이 시작된다(두 갈래로 머리를 딴 디가 손수 빚은 만두를 사발에 담아 손에 들고 유셍이 탄 마차 뒤를 따라 산등성이를 넘어 달리는 장면이 코믹하도록 감격적이다).
유셍이 주고 간 머리핀을 애지중지 하며 페넬로피처럼 베틀을 짜며 님을 그리던 디는 유셍이 돌아온다던 눈보라 치는 날 하루종일 산등성이에서 그를 기다리다 병에 걸린다. 그러고도 2년이나 지나서야 디와 유셍은 결합하는데 그 뒤로 유셍은 한번도 디를 떠난 적이 없다. 여기서 다시 영화는 흑백으로 돌아오며 내리는 눈 속에 유셍의 운구행렬이 디를 앞세우고 마을로 돌아온다.
디는 마을의 중매결혼의 관습을 과감히 깨고 처음으로 연애결혼한 독립심 강한 신식여성. 그의 티없이 맑고 깨끗하면서 뜨거운 사랑이 변하는 사계절의 풍경을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컬러로 가득히 담아낸 시네마스코프 화면(화면이 너무나 현란하고 생동감 있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작중 인물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위에서 정겹고 때로 우습고도 또 간절하니 피어난다.
아름다운 장 지이가 순진하고 순수하면서도 사랑에는 적극적인 디역을 발랄하게 표현해 내는데 영화는 장 지이의 영화라 해도 될 만큼 그의 모습과 연기가 작품을 가득히 채우며 이끌어 간다. 콧등이 시큰하도록 정성어린 아름다운 사랑의 얘기다.
등급 G. Sony Classics. 로열(310-477-5581), 리알토(626-799-9567), 타운센터5(818-981-9811), 타운센터4(714-751-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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