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관왕 샘프라스, 10대 유망주 페더러에 무릎
화제의 주인공들은 사라졌지만 이들에 대한 얘기는 계속되고 있다.
주인공들은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신기록을 향한 연승가도에 제동이 걸린 채 주저앉은 피트 샘프라스와 샘프라스를 격파, 대회 최대의 파란을 일으킨 후 바로 다음 회전인 8강전에서 탈락한 로저 페더러다.
머리에 흰띠를 두른 짧은 말총머리의 19세 도전자 페더러는 챔피언의 새 역사쓰기를 거부했다. 지난 10년 동안 윔블던을 주름잡았던 샘프라스는 자신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다.
페더러는 승리가 확정된 순간, 잔디코트에 무릎을 꿇고는 감격에 흐느꼈다. 거의 네 시간 동안 지탱했던 팽팽한 긴장이 감동의 격랑속에 휩싸여 일시에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코트에서의 그의 태도는 나와 매우 흡사했다. 묵묵하게 경기에 힘하고 좀체로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낙담한 빛이 역력한 샘프라스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샘프라스는 지난 8년 동안 일곱 번이나 윔블던을 제패했다. 지난 4년 간 연속우승을 했고 그 기간 동안 무려 31연승을 거뒀었다.
그러나 그 기록은 테니스스타 매츠 빌란더와 록스타 스팅을 반반씩 닮은 스위스 틴에이저에 의해 16강전에서 무너진 것이다.
페더러를 80년대를 풍미했던 스웨덴출신의 빌란더에 비유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페더러의 게임은 빌란더의 트레이드마크인 강철같은 의지와 저격수같이 정확한 샷의 절묘한 혼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스타 기근현상을 앓고 있던 테니스세계에 차세대 선발주자의 신선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샘프라스를 세트스코어 7-6, 5-7, 6-4, 6-7, 7-5로 물리친 후 페더러는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고 말한 후 "하지만 금년엔 경기성적면에서 내가 우세했다"고 통계적 사실을 가감없이 , 담담하게 말했다.
올해 아무런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한 샘프라스의 2001년 무관행진은 윔블던 탈락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캘리포니아의 집으로 돌아가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 보는 것이다.
16강전에서 펼친 샘프라스의 플레이가 실망스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가 자신에게 설정했던 기준에 미달했을 따름이다.
샘프라스에게 윔블던 잔디코트는 자기집 앞마당이나 다름없었던 무적의 전쟁터. 그랬기 때문에 무명의 10대 선수에게 당한 패배는 테니스 팬들에게 큰 충격파를 전했다.
그러나 샘프라스는 강변한다.
"속단하지 말라. 갑자기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다시 윔블던에 컴백해서 승리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샘프라스의 올해나이는 29세.
결혼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테니스는 샘프라스에게 더 이상 절대절명의 대상이 아니다.
물론 그는 기록상 가장 위대한 잔디코트 플레이어다. 그랜드 슬램대회사상 최다인 13회 우승만 보더라도 프렌치 오픈만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선수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의 현재 위치는 예외적인 것도 불운한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는 필수적이다. 자신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려면 1년내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샘프라스의 코치 폴 아나콘은 지적한다.
아나콘은 가장 유망한 차세대 테니스스타 가운데 하나인 페더러와의 대전에 임했던 샘프라스의 자세를 직설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칭찬하는 어조는 더욱 아니었다.
샘프라스와는 대조적으로 31세의 안드레 애거시는 근래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애거시의 성취뒤에는 ‘테니스 몸’만들기를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라스베가스의 언덕을 부단히 오르내리며 흘린 땀과 눈물이 있었다.
샘프라스가 윔블던, 아니 어느 대회에서라도 다시 우승의 감격을 맛보기 위해서는 ‘테니스 몸 만들기’가 가장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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