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는 파리의 루브르에 못지 않게 알아주는 미술관이다. 고야와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등 스페인 대가들의 그림이 잔뜩 소장돼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걸려 있는 곳도 여기다.
이 미술관 지하로 내려가 보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진기한 구경을 할 수 있다. 크로마뇽인들이 그려 놓은 알타미라 동굴 벽화의 복사품이다. 원 동굴은 작품 보호를 위해 일반인에게는 폐쇄된 상태기 때문에 이곳말고는 인류 최고(最古)의 작품을 구경할 길이 없다. 수만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들소 떼의 웅혼함과 기상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원시인들이 왜 동굴 깊숙한 곳에 이런 그림을 그렸느냐를 놓고 여러 학설이 분분하다. 전통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수렵의 성공을 빌기 위해서라는 주장이지만 요즘에는 그림에 곁들여진 외경심으로 미뤄 볼 때 먹고살기 위해 이들 짐승의 피를 흘려야 했던 인간의 속죄행위가 아닐까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해쳐야 하는 게 동물의 세계다. 인간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를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 요즘 서양에 일고 있는 동물보호 운동도 이런 정신의 맥락을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살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도 문제지만 여러 인간을 살리기 위해 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어떨까. 최근 간세포(stem cell) 연구에 정부 돈을 지원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해묵은 윤리논쟁이 미 정계와 학계, 종교계를 뒤흔들고 있다.
간세포란 수정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배아에서 추출한 미발육 세포로 어떤 장기로도 키울 수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지금으로서는 불치인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을 치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가 모자라 이식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하루 속히 정부가 적극 이를 지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 인사들은 수정한 지 하루가 지났던 이틀이 지났던 일단 수정된 이상은 인간이라며 이를 연구목적으로 배양하고 여기서 간세포를 빼 낸 후 폐기하는 것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고 맞서고 있다. 인간 생명 탄생 기점이 어디부터인가가 이번 논쟁의 핵심인 셈이다.
이 문제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버지니아의 한 연구소에서는 배아의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불치병으로 고통받고 받고 있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배아를 희생해도 되는 것인지 안되는 것인지 솔로몬의 지혜로도 정답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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