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의 경제칼럼 92
▶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아프간 폭격이 시작된 다음 받아본 본국지 지면들은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대문짝만한 타이틀로 폭격이 시작된 것이 마치 충격적인 대뉴스로 한국에 엄청난 영향을 몰고 오는 세계적인 격변인 것처럼 한국민들에게 보도하고 있었다. 항상 호들갑이 지나친 한국의 여론선도 집단과 정부의 입김 등이 눈에 드러나 보이는 것이 무척 불쾌감을 주는 것을 많은 분들이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정작 당사자인 미국에서 나오는 언론보도는 평상시 그대로였다. 예상되었으나 언제 시작할지 궁금했던 테러 세력에 대한 대처가 시작되었다는 건전한 상식에서 오는 뉴스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항상 우리가 보아오는 그것이었다. 힘없는 작은 나라에서 세상이 변하는 것이 관심사인 나머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이해되지만 두고 보아도 지금 본국에서 생기는 일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들은 장래의 한국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무척 걱정스럽게 만든다.
경제는 충격을 싫어한다. 큰일이 있더라도 의연하게 평상시의 마음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항상 가장 중요한 경제적 대처방법이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정권이니 남은 시간에 빨리 하자는 마음이 가득한 집권층 세력도 그렇지만 야당에서 하는 일들도 저런 사람들이 나중 정권을 인계 받더라도 크게 나아질 게 없겠다는 슬픈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여야 영수회담이 열렸다니 기로에 서있는 한국경제를 살리는 정치권 전체의 각성을 얘기하는가 했는데 경제 얘기는 하나도 없고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서 오는 위기가 가져올 한국의 위기에 초당적 대처를 하자는 얘기 밖에 없다.
가만히 있어보자. 필자의 무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미국의 아프간 폭격이 왜 한국에 위기를 가져오는지, 대통령과 제 1야당 총재가 그런 얘기들을 하며 찍은 사진을 보면 이해하기가 힘들어 진다.
집권당 총재로 있는 대통령이야 지금 처지가 무슨 난리라도 나서 국내문제의 어려움에서 좀 벗어나고 싶겠지만 그런다고 경제 핵심도 없는 안건에 ‘국민이 여야 협조를 바라겠지’ 하고 가서 들러리서는 야당 총재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좀 우습게 보인다.
한국은 정치 때문에 경제를 어지럽게 하지만 미국 경제에 몸을 담은 한인 비즈니스나 투자자들은 이 비극을 경제적 변명으로 쓰는 기업들의 작전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미 기업들의 영업 순이익은 9월11일 이전에 이미 10~20% 감소하는 게 분명했다. 그 감소폭이 이젠 15∼25%로 늘어난 것이 예측되는데 이 비극을 이용하려는 회사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재고 탈 장부화, 이익이 없는 영업부문 정리 등을 이왕 영업성적이 좋지 않은 2001년에 핑계 김에 전부 계상해 2002년 성적이 좋게 보이도록 하려는 만큼 2001년 기업 이익 실적들은 더욱 좋지 않게 보일 것이 몇 달 후면 분명해질 것이다.
비극을 자기들의 신통치 않은 실적에 대한 변명으로 쓰려는 경제 단위들의 의도를 알고 있어야 비즈니스나 투자의 결정에서 실수하는 확률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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