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사람들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말이라고 해도 어디 갈 데도 없이, 아는 이도 없는 채로 댕그런히 시간을 죽이는 편인 사람들도 또한 허다하다. 하루종일 속옷차림으로 건너방에 켜져있는 텔레비전 소리를 방안에서 수다떠는 또 하나의 목소리 쯤으로 여기면서도 결코 그 사람의 얘길 경청도 않는 채로, 이렇게 보낸다.
이들은 먹고, 치우고, 시장 가고, 외식하고, 샤핑하고,를 하기는 하되 대체로 남이나 타인과 전혀 관계를 갖지 않은 채 치를 수 있는 시간 보내기를 한다. 누가 오라고도 하지 않고, 집으로 누구를 부르지도 않는다. 오는 전화도 없고 전화할 친구도 없이, 전화란 이머전시용 쯤으로 존재한다. 어느 결에 오랜만에 걸려오는 친구에게 목매달듯 친절하지도 않고 절대로 먼저 전화 하기를 해본 적도 없다. 간혹 어찌어찌해서 옛 친구나 동료들을 만나도 무슨 이야길 하는지 관심을 갖기도 전에 얘기가 다른 테마로 옮겨지는 걸 알고, 그렇게 진행되는 동안 자신은 단 한 마디도 거들 일이 없는걸 겪기가 일쑤다.
간혹은 전에는 이렇게 말이 없지는 않았었는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좌중이 조용한 채 자신의 목소리가 울린 적이 있었나를 따져볼 때, 결코 그러한 사실이 생각나지 않으면서 그 옛날에도 자신이 사람들 한가운데서 떠든 적이 없다는 것이 확실시 된다. 아주 어릴 적으로까지 회상의 범위를 넓히면서, 중학, 고등학교 시절로 떠올리지만, 그 때라고 자신의 목소리가 교실을 울리던 일은 생각나질 않는다. 다만 몰려다니던 친구 중에 잘 웃기는 애가 있어 모이기만 하면 늘상 잘 웃고 크게 떠들었던 기억만은 생생하다.
자신이 주동이 되어 떠든 것은 아니었지만도, 그렇지만 이제 와서 자신이 이렇게 조용해진 건 순전히 친구 탓이야 하고 넘기기에는 석연치가 않다. 이제 와서 말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려니 문득 한국말이건 영어건 상관없이 할 말이 없다는 생각이 가져지면서도 이제 와서 말이 없는 건 순전히 언어 탓만이 아니라는 결론마저 든다. 결코 영어실력에다가 핑계를 두지 않겠다는 것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 혹 누구한테든 이런 현상이 오는 수가 있지 않을까 싶어지며 마치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 된다.
사람에 따라선 나이와 함께 말이 많아지는 걸 겪는다. 대체로 작은 서클 내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짙다. 전에는 자신이 있기 전에는 말을 않던 것을 이제와서 좀 틀리면 어때 하는 식으로 무데보로 마구잡이로 떠드는 사람이 느는 것을 감안할 때 말이다. 그렇긴 해도 영어든 한국말이든 항상 남의 말을 듣고 비평하면서 자신은 그같은 실수는 절대로 않겠다는 파들은 나이와 함께 아주 조용해진다.
그것은 나이와 함께 점점 강하게 오는 언어 때문이건 혹 내용 때문이건 확실치 않은 걸 옮기지 않으려는 수준의 발로이다. 혹은 그저 그런 음담패설을 여기저기서 들어 옮기고 전하는 걸 그 때 그때마다 함께 웃기는 하되 속으로는 경멸하는 파들도 듣기는 하나 대체로 침묵한다. 또는 간단히 연습부족의 현상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나이 먹어서도 계속해서 좌중을 휘어잡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이란 희귀종에 속한다. 부끄러움 전혀 없이 여기저기서 들은 것을 자기 것처럼 쉽게 옮기는 양심의 소유자거나 말하기에 타고난 재주를 가진 소수들이다. 그러길래 어느 좌석에서건 나이 먹은 사람들은 대체로 조용하다. 다만 마이크가 그들에게 오는 순간엔 만사를 잊는다. 무엇보다도 시계 보는 것을. 한번 뿐인 기회에 자기 인생을 쏟아부어 좌중에게 알리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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