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벨뷰의 한 한인교회에서 신도들이 두툼한 우편물 뭉치를 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안에는 시애틀 한인회에서 보내온 회비납부 호소문이 우표가 붙은 수십장의 반송봉투와 함께 들어 있었다.
한인회장과 이사장 명의로 된 이 편지는 시애틀 한인회의 재정적 어려움을 설명한 후 1인당 20달러씩의 연간회비를 납부해 한인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힘쓰는 한인회를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인회는 지난여름부터 각개전투식으로 벌여온 회비 자진납부 운동의 일환으로 시애틀 지역의 크고 작은 한인교회들에 이 편지를 적당량씩 발송한 듯 했다.
벨뷰 교회의 L목사는 호소문이 온 사실을 일단 주보에 게재했지만 신도들의 호응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 교회의 한 집사는“느닷없이 회비를 내라는 편지를 마치 빌(청구서)처럼 보내와 황당하다”고 말했다. 어떤 신도는“주일헌금으로도 20달러 내기가 힘든데...”라며 말꼬리를 흐렸고 또 다른 신도는“벨뷰 교회도 시애틀 한인회 소관이냐?”고 따져 물었다.
다른 교회 신도들의 반응도 대동소이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목사가 한인회 편지 내용을 신도들에게 광고한 교회가 얼마나 되며, 그날 교회에 출석한 신도들 중 실제로 몇 명이나 이 호소문을 직접 봤는지도 의문이다.
한인회 운영비 마련을 위해 지도부가 발벗고 뛰는 적극적 자세는 평가받을 만 하지만 교회에 호소문을 보낸 것은 때가 안 좋았다고 꼬집는 사람이 많다. 경기침체와 감원바람으로 한인사회가 냉냉한데다 안그래도 테러 성금, 불우이웃 돕기 성금 등 기부금과 연말연시 선물 구입으로 돈 쓸 일이 많아지는 계절에 이런 호소문을 받으면 누구나 짜증내기 쉽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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