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한달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군취재는 미국 현지에서 볼 수 없는 테러와의 전쟁속의 숨은 이야기와 난민의 생활상, 이슬람국가들의 미국에대한 감정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있었다는 점에서 기자로서 좋은 경험이 됐다.
취재기간동안 가장 가슴아팠던 것은 같은 전쟁이면서도 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는 점과 왜 전쟁을 하는지도 모르는 무고한 난민들의 생활상이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현지에서 만난 탈레반 정권 관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최대부족인 파슈툰족, 파키스탄 회교도 원리주의자들은 이번 전쟁은 단순 전쟁이 아닌 인피달(Infidel·이교도)로부터 이슬람을 수호하기위한 성전이란 확고한 믿음과 신념으로 뭉쳐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전에서 죽음은 순교요, 알라가 있는 천국에서의 영원한 삶이다. 그들에게 테러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같이 시각이 다른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무고한 시민들.
파키스탄 국경도시인 폐샤와르 곳곳에 있는 아프간 난민캠프에서 만난 수많은 난민들이야말로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개되는 전쟁의 최대 피해자였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이래 전쟁은 정치인이 시작하고 돈은 상인이 벌며 죽고 다치는 것은 힘없는 국민이라는 공식은 21세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난민캠프의 이들은 수세식 화장실과 식수등 가장 기본적인 위생시설도 없이 살면서도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에서 해소됐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있다.
아프간 난민캠프에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이중 15세밖에 안된 고아 소년은 아버지를 소련 침공과의 전쟁에서 잃고 어머니와 형제들은 이번 미국 공습으로 잃었다면서 곧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 미국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고아소년에게 회교도와 이교도와의 성전, 국가방위란 거창한 구호나 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복수라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의식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소년이 지금 파키스탄에만 수천명이 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파괴되고 부모형제가 떼죽음을 당한 사람들에게 ‘테러와의 전쟁’ ‘정의의 공격’이란 미국의 외침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세계 테러 조직을 뿌리뽑겠다는 미국은 지금 본의아니게 미국을 소련과 동일한 ‘이교도 침략자’로 증오하고 어떤 테러행위도 정당한 전쟁수단으로 생각하는 또다른 아프간 세대를 양성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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