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들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얼마 전 LA 총영사관이 교민이 아니라 공무원 편의 위주의 행정을 펴 물의를 빚더니 이번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이 교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난 데 없는 ‘충성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양성철 주미 한국대사는 최근 LA 한인 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국민이 노벨상까지 받은 김대중 대통령을 제대로 대접했는가" "외환 보유고가 1,000억달러가 넘었는데도 언론에서는 당장 나라가 망할 것 같이 비판만 하고 있다"는 등 잇단 해바라기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양 대사는 과거에도 두 번이나 LA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 때는 민주당 전당대회와 도산 동산 제막식 등 볼 일만 보고 LA 한인사회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었다. 이번에는 교민 간담회를 자청, 달라진 태도를 보이나 기대했으나 그 결과는 실망스럽다.
대사를 임명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대사가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충성 발언’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대사의 임무는 대통령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교민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표로서 한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산하 영사관의 총책임자로서 교민들의 불편과 민원에 귀를 여는 것이 할 일이다. LA 한인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지역 한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최근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자국민이 중국에서 사형을 당했는데도 모르고 ‘중국측이 통보를 해주지 않았다’고 발뺌하다 나중에 ‘팩스로 들어온 것을 사환이 전해 주지 않았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 바람에 잘못된 보고를 받은 김 대통령까지 멋모르고 중국 측에 ‘유감의 뜻’을 표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일손 부족을 핑계로 내세우지만 교민의 안전 보호보다 윗사람의 눈치나 보는 보신주의와 나태함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일방적으로 한인들의 수표를 받지 않겠다는 LA 총영사관의 발상이나 한인사회 대표 앞에서 대통령 찬양으로 일관하는 대사나 모두 교민을 우습게 보는 태도가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번 양 대사의 행보를 보면 이런 일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을 것 같다.
양 대사를 비롯한 재미 한국공관 직원들은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여기 와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지금부터라도 교민을 위한 행정을 펴는 것이 진정으로 대통령을 돕는 길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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