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 진출권을 놓고 지구촌 곳곳에서 1년 넘게 불을 뿜어온 축구열전이 마침내 포성을 멈췄다. 호주대륙을 향해 절반쯤 날아간 듯했던 그 마지막 32번째 티켓은 돌연 기수를 돌려 우루과이 품에 안겼다.
이로써 내년 여름 한-일 푸른 잔디에서 펼쳐질 월드컵 대제전 출전국 32강이 모두 확정됐다.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 등 자동진출국 3개국과 지역예선을 거친 29개국은 다음달 1일(현지 시간) 부산에서 열리는 조추첨을 통해 4개팀씩 8개조로 재편성된다.
이달초에 이미 31강이 가려진 가운데 벌어진 32번째 티켓 주인찾기는 그야말로 총칼없는 전쟁이었다. 74년 서독대회 이후 본선구경을 못해본 호주나 90년 이탈리아 대회이후 아웃사이더로 머물러온 우루과이 모두 한치도 양보할 수 없었다.
20일 멜번에서의 1차전은 홈팀 호주 1대0 승리. ‘열’을 받은 우루과이팬들은 2차전을 위해 몬테비데오 공항에 도착한 호주 선수단에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 화풀이성 행패를 부렸고 호주 선수단도 뒤질세라 우루과이 요리사가 독극물을 넣을지 모른다고 트집을 잡는 등 외교갈등으로 치달을 정도였다.
25일 몬테비데오에서의 2차전. 우여곡절을 겪으며 열린 마지막 승부는 그러나 의외로 싱거웠다. 홈팀 우루과이의 3대0 완승.
비기기만 해도 본선행이 보장되는 호주는 우루과의 파상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바람에 28년 기다려온 월드컵과의 재회를 다시 기나긴 기다림의 터널속으로 들여보내야 했다.
우루과이는 2골차 이상 이겨야 하는 벼랑 끝에 몰렸지만 어깨부상으로 1차전을 거른 세계적 골게터 다리오 실바가 돌아온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득점 물꼬 역시 실바의 텄다. 전반 14분 알바로 레코바의 코너킥을 받아 호주 골네트를 가른 것.
골맛을 본 우루과이는 후반들어 7만명 가까운 홈팬들의 열화같은 응원속에 더욱 가열찬 공세를 퍼부은 끝에 25분과 종료직전 교체멤버 리카르도 모랄레스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짜릿한 승리드라마를 완성했다.
지난 여름 대륙간컵(컨페드컵) 대회에서 브라질과 프랑스를 연파하는 대파란을 일으켰던 호주는 4년전 플레이오프에서 이란에 덜미가 잡혔던 악몽에서 헤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극동행 티켓’에 이미 우루과이의 사인이 찍힌 뒤였다.
◇2002월드컵 본선진출 32개국
△디펜딩챔피언=프랑스
△공동개최국=한국·일본
△아시아=중국·사우디 아라비아
△북중미카리브해=코스타리카·미국·멕시코
△남미=아르헨티나·파라과이·에콰도르·브라질·우루과이
△유럽=러시아·포르투갈·덴마크·스웨덴·폴란드·크로아티아·스페인·이탈리아·잉글랜드·아일랜드·터키·벨기에·슬로베니아·독일
△아프리카=카메룬·나이지리아·세네갈·튀니지·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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