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동안 받은 축복과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는 시간인 추수감사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두 한인스타 박찬호(LA 다저스)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감사의 시간을 맞아 올 한해를 어떻게 돌아보고 느끼고 있을까. 메이저리그 일급선수 반열에 올라선 이들 두 선수에게 2001년은 과연 어떤 기억으로 채워질까.
2001년은 박찬호와 김병현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쁨과 아픔을 동시에 안겨준 해였다. 특히 김병현은 올해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꿈의 구연’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첫 코리안이 됐음은 물론 D백스가 거함 뉴욕 양키스를 누르는 바람에 22세의 어린 나이에 야구선수들의 궁극적 목표인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최악으로 꼽힐 만큼 참담한 비운을 대가로 치렀다. 4, 5차전에서 연속으로 9회말 투아웃 후 동점 투런홈런을 맞는 등 이틀간 3방의 홈런을 내준 것. 전날에 이어 5차전에서 또 다시 9회말 투아웃 동점홈런을 얻어맞은 뒤 넋이 빠진 듯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에 쭈그리고 앉은 김병현의 모습은 이미 올해 스포츠계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으로 각인됐다.
적군인 양키스 선수들과 팬들조차 김병현의 안위를 염려할 만큼 이제 22세 어린 청년에겐 너무도 가혹한 시련이었다. 만약 D백스가 드러매틱한 역전드라마를 펼쳐 시리즈에서 승리하지 못했더라면 지금 김병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엄청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을 그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D백스의 승리는 김병현에게 평생을 두고 감사해도 지나치지 않을 큰 축복인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파란만장한 해를 보낸 것은 박찬호도 마찬가지. 자유계약 선수(FA)가 되는 해에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로 선발됐고 한때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의 연봉 2,000만달러 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모았으나 시즌 후반 고비에서 부진을 보인 탓에 에이스 몫을 못했다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고 결국 FA시장에서도 당초 기대만큼 대접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렇지만 박찬호로서도 감사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동료투수 대런 드라이포트와 케빈 브라운, 앤디 애쉬비가 줄줄이 부상으로 시즌을 중도하차한 데 반해 그는 시즌 내내 허리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시즌을 마무리했다. 또 FA로서 최고대우는 못 받더라도 보통선수는 꿈꾸기 어려운 거액계약을 받는데는 아무 문제도 없다.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제부터는 노력하기 나름이다. 무엇을 얻었거나 잃어서가 아니라 아직도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박찬호 역시 감사할 이유가 넘친다. 과연 두 한인 스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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