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 한국동포사회가 개고기 문제로 들끓고 있다. 신문에 나오는 글들을 읽어보면 마치 큰 전쟁이라도 터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인 힘 합쳐야 승리’ ‘인종차별 당당히 맞서라’ ‘한인사회 단결해야 승소’ ‘뉴욕한인회 중심으로 단결해야’... 등등. 아프간 전쟁으로 미국사회가 들끓고 있는 것과 아주 대조적이다.
나는 개장국을 안 먹지만 개띠로 태어난지라 나도 한 번 짖어볼까 한다.
며칠을 두고 대서특필로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한심스럽다는 느낌을 금할 수가 없다. 더구나 총영사관에서 한국정부에 이 일을 전하고 그 훈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이 일이 이렇게 대단한 사건인가 의아해진다.
나는 그 방송을 직접 보지 못해 궁금하던 차에 11월 30일자 한인언론에 기재된 방송 내용을 거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이 일을 보도한 폴리 글리즈만이라는 방송인은 무려 삼년 동안 이 사실을 추적했고 용의주도하게 자료를 수집해서 보도했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는 직접적으로 한국사람들이 야만인이라는 말을 한 것은 볼 수 없고 자기네들이 수집한 사실만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한국사람들이 인종차별이니 야만인 취급이니 왜곡보도니 하고 흥분들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전부가 개장국을 먹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소수이고 또 마치 무슨 동호인 모임처럼 자기네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뒷골목에 숨어있는 집들에 가서 먹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개장국 먹지 않는 사람들 한테는 좀 부끄러운 낯으로 개장국이 얼마나 보신이 되는지에 대해 변명조로 설명을 늘어놓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개장국 먹는 것에 대해서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본인들이 의식 또는 잠재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즉, 이렇게 숨기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을 미국땅에 드러내 버렸으니 모두 챙피하게 느끼고 수치스럽게 느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극복해 보려는 심리적 반작용으로 이렇게 흥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장국 먹는 것을 완전히 떳떳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미국에 와서 사는 사람들 중에 개장국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떳떳하게 먹지 못할 것이다.
개고기 먹는 것은 세계적으로 규탄받고 있다. 88년 세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있을 때도 그랬고 내년에 한국에서 월드컵 축구가 있게 되는데 이것이 이미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한국사람들은 고집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일부는 한국사람들의 ‘보신’이라는 것에 대한 집착이다. 이 세상에 한국사람들처럼 몸에 좋다는 것이 많은 민족은 없을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모두 몸이 약하고 먹는 것이 풍족하지 못한가. 물론 그것은 아니고 많은 한국사람들은 소위 보신이라고 하는 것만을 하면 병을 예방하고 오래 살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또 개장국 먹는 것을 마치 한국 고유의 문화이기 때문에 타민족인 미국사람들이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물론 여러 민족이 모여 살기 때문에 미국이 여러 문화를 존중하기는 하지만 자기네들의 가치와 관습에 어긋나는 것까지도 존중할 수는 없다. 만일 한국에 미국사람이 한국집에 초대 되었을 때 신발을 신고 방에 걸어 들어오려면 그것이 미국사람의 문화니까 그대로 받아줄 한국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프로이드는 문화는 인간의 본능을 순화시키는 작용을 해야 된다고 했다. 문화란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개장국을 먹어서 보신을 해야 된다는 본능적인 문화도 이 기회에 조용히 개정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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