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한국을 향해서 보신탕을 먹지 말라며 공개적인 압력을 넣고 있다. 뉴욕에서는 TV방송을 통해서 보도형식을 취했지만 우리문화를 비하함으로써 한국인 전체가 매도됐다. 이는 단지 음식 문제만이 아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체질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무시당할 수 밖에 없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미국내의 한국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어느 사회든지 특정 부류를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 남자와 여자, 양반과 천민으로 나누는 시대를 거쳐서 장애인, 이방인, 혼혈아 등을 사회적 희생양으로 삼았다. 미국에서는 이민 역사가 짧은 소수민족이 희생양의 대상이 되기 쉽다.
희생양은 보복할 힘이 없어야 하며 눈에 잘 띄는 상징적인 특징이 있어야 한다. 미국 인구에 비하면 아주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한국인이지만 한글 간판이 판치고 급속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는 우리들은 주류사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좋은 희생양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9.11테러사건 이후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벌어진 일도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테러를 당한 후에 그 원인의 하나로 미국이 이스라엘을 너무 옹호했다는 본질적인 원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곧 자취를 감췄다. 일부에서는 이번 전쟁을 기독교와 이슬람 종교간의 충돌로 보지만 실상은 아니다. 종교적 아집으로 똘똘 뭉친 유대교와 이슬람과의 끝없는 싸움에 미국은 이용당했으며 우리들은 미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대인을 향해서 공개적인 불평 한 마디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제 미국에 산다면 보신탕을 먹을 수도 없지만 먹을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보신이라 함은 신체적으로 허약해진 것을 보충한다는 의미다. 요새처럼 먹거리가 많고 풍부한 이곳에서 구태여 개고기와 그와 비슷한 것을 억지로 찾아서 먹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한국내에서의 보신탕 문화를 지나치게 들먹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것을 신명, 제단에 바쳤다. 유목민은 양을, 농경민은 소를, 그리고 동북아의 수렵민족은 개를 희생제단에 바쳤다. 북한에서 개고기를 단고기라 일컫는 것은 달다는 뜻이 아니라, ‘희생된 짐승 고기’라는 어원에도 일리가 있다.
고서에 보면 개를 희생, 제사 지낸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제사를 끝내면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는 신인공복(신인공복)의 절차가 있다. 개를 귀히 여겼기에 제물로 바쳤으며 또한 희생된 개고기를 먹는 관습의 뿌리가 동북아시아 문화권에 남아있다. 서양에서 양고기를 먹는 것과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 것은 희생음식이라는 차원에서 다를 것이 없다.
중국에서도 개고기를 먹는다고 하지만 시비하지 않는다. 중국의 잠재적인 힘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채식주의자가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고 표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절대 인구가 육식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힌두교인들이 소를 신성시 하지만 서양인들에게 왜 소고기를 먹느냐고 항변하지 못한다. 프랑스에서는 말고기, 거위 간, 달팽이, 어떤 미식가들은 원숭이 해골 요리를 즐기지만 문제삼지 않는다. 일본에서 시작된 활어회, 스페인의 투우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곳은 우리 문화가 모두 허용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태여 우리 문화를 고집하며 개고기를 먹으려거든 한국에 나가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개고기를 실컷 먹고 돌아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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