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여동생을 살해한 염승철(17)군의 범행 당시 정신상태에 대한 배심원단의 평결이 내려진 지난 18일 오후 1시30분 랜초 쿠카몽가 수피리어 코트 R-5 법정.
염군이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살해했다는 배심원단의 평결 결과가 법정 서기에 의해 읽혀지는 순간 염군은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염군의 변호인들도 평결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염군이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었다는 가족들의 증언도, 범행 당시 염군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심리학자의 주장도 검찰측이 확보한 확실한 물증 앞에선 먹혀들지 않았다.
14세난 소년이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평소 끔찍이 아끼던 여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돼 법의 심판대에 섰다는 점에서 한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우울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법정에서 염군의 얼굴을 쳐다볼 때마다 "순진하게만 보이는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가족을 처참히 살해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염군이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 재판은 처음부터 변호인측 입장에서 볼 때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래서인지 변호인들은 재판 첫날부터 ‘염군은 죄가 없다’는 주장은 아예 포기하고 대신 아버지 염태두씨를 속죄양으로 삼는 책임전가 작전을 펼쳤다.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아들이 정신병 환자가 됐다’는 논리로 배심원들을 설득시키려 했다.
재판에서 변호인이 아버지의 잘못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통에 재판을 받는 사람이 염승철군인지 아니면 염군의 아버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염군의 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결과만 따질 것이 아니라 원인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분명히 드러난 것은 염군이 지난 수년간 아이답게 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해야 했고 이런 저런 과외활동으로 인해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불같이 화를 내는 아버지 앞에서 염군은 항상 주눅들어 지내야 했다.
쌓일 대로 쌓인 불만이 어느 한순간 폭발한 것이다. 아직도 많은 한인 부모들이 자녀를 자신들의 소유물인양 다루고 있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염군이 비록 재판에서 유죄평결을 받았지만 그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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