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오면 사람들은 자못 진지한 마음으로 신년계획을 세우고 술과 담배도 끊어보는 등 뭔가 지난해와는 다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고정된 삶을 벗어나려는 욕구의 발로이다.
기자도 요긴한 정보를 보다 읽기 좋은 글로 다듬어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임오년을 시작했다. 올 한해 독자들에게 감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기자의 설익은 생각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그것이 독자들에게 얼마간의 도움도 주리라는 판단에서이다.
문화부 기자를 하면서 한인 문화계 소식만큼이나 비중을 두고 다루는 것이 LA인근과 오렌지카운티 등지에서 진행되는 각종 무대공연과 전시회로 매주 월요일자 A7면을 모두 할애해 소개하고 있다. 그 공연들의 종류도 오페라, 오케스트라 같은 클래식에서 뮤지컬, 무용, 연극, 재즈, 미술 등 매우 다채롭고 수준이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보기 좋고 듣기 편안한 공연이 대다수이다.
언제나 무대가 열리기 몇 주전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 해당 공연의 특징과 특기할 점을 안내하는 기사를 내고 장기공연일 경우 리뷰를 써 관람의 안내역할을 한다. 하지만 막상 공연장을 찾았을 때 한인을 만나기란 정말 모래밭에 바늘 찾는 것처럼 어렵다.
혹자는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이라고 할지 모르나 LA인근 각종 쇼핑몰과 골프장, 한인타운 술집에 성냥갑 마냥 빼곡이 찬 한인들을 볼 때 그런 말은 어쩐지 공허하게 들려 힘을 잃는다. 집에서 한국드라마 비디오 몇 편 볼 시간이면 긴 오페라 한 편을 보고도 남는다.
정경화나 조수미, 장영주 등 한인 음악가의 LA 공연시 행사장을 가득 채우던 한인들이 과연 시간이 남고 돈이 넘쳐서 왔을까. 아니다. 물론 미국 속에 우뚝 선 그들에게 갈채를 보내기 위해서겠지만 일년에 몇 번 없는 한인 음악가들의 무대만을 기다린다면 빈도나 다양성 면에서 문화적 영양실조에 걸릴 수밖에 없다.
이제 한인들의 삶도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서 조금씩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느껴진다. 공연장을 찾는 것은 생각처럼 큰돈이 들거나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도 않는 하나의 오락이다. 마치 극장에 가듯이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편안한 시간과 좌석예약만 하면 되는 단순한 과정이다. 주최측에서 요구하는 특별한 복장 규정이 없는 한 공연장 가는 차림새도 간편하고 깨끗하면 그만이고.
미국이 ‘풍요의 땅’인 것은 한국보다 기름진 고기에 진한 우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루한 일상을 살찌우는 문화의 잔칫상이 잘 차려 있어서 이기도 하다. 그 큰 잔칫상 한 귀퉁이에서 일품요리는 고사하고 그저 맨밥만 씹고 있다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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