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LA공항까지 근 6,000마일. 거스 히딩크 감독 휘하의 한국축구대표팀은 11시간가량 하늘길을 날아 8일 오후2시쯤 LA공항에 도착했건만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추스릴 겨를조차 없었다. 그 흔한 꽃다발 증정이나 합동 기자회견 등 일체의 곁가지 행사를 모두 생략한 채 태극전사들은 입국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이미 시동을 켜놓고 기다리고 있는 대형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골드컵 우승과 월드컵 16강을 향한 새해 첫 씨앗을 뿌리는 곳 샌디에고를 향하여.
선수단의 잰 걸음을 지휘하는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 역시 갈길바쁜 한국축구의 오늘과 내일을 반영하듯 속사포로 진행됐다. 그러나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명장답게 핵심은 분명했고 냉정했다. 월드컵 16강을 자신한다는 등 귀를 간지럽히는 발언을 삼가는 것은 물론 미국전에 비해 관심이 떨어진 듯한 폴란드전에 대해 특별한 경계심을 주문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미국에 온 소감과 골드컵 전망은.
▲아름다운 샌디에고에서 훈련하고 권위 있는 대회에 출전하게 돼 기쁘다. 그러나 목표는 월드컵을 위한 튠업이다.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6월 성적이다.
-미국은 이번에도 유럽프로들이 대거 불참하는데.
▲그들이 없는 기회를 틈 타 자리를 잡으려는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뛴다. 그 만큼 전력이 약화된 상태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유럽프로 2명이 빠지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100번도 더 대답한 지겨운 질문이겠지만 과연 16강은 가능한가.
▲(웃음)나의 생각은 아주 현실적이다. 물론 목표는 16강이지만 한국 아직 월드컵 무대에서 단 1승을 올리지 못한 팀이다. 잘 싸운 적도 있지만 한국은 선수들 대부분이 국제무대 경험이 없다. 그래서 골드컵과 같은 대회를 찾아다니며 힘든 상대를 골라 경험을 쌓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종 25∼28명 엔트리를 결정하고 나면 좀 더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들 포루투갈이 최강팀이고 미국에 꼭 이겨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폴랜드와의 첫 경기가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한다. 유럽 예선을 그렇게 쉽게 통과한 팀을 조의 가장 약한 팀이라고 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첫 단추를 똑바로 끼는게 중요하다.
-감독직을 맡기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나.
▲준비할 시간이 얼마 없는 상태에서 팀을 맡았다. 첫 5개월 동안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만 중점을 뒀다. 최근 크로아티아와 미국전을 보면 경기 템포 조절이 한층 향상됐다. 좋은 진전을 보인 면도 있다.
-중심적으로 보완해야할 점은.
▲플레이 메이킹. 공격이 너무 단조롭다. 보다 창의적인 플레이로 득점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