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만디 애비뉴와 45가에 위치, 4·29폭동의 진원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놀만디 애비뉴 초등학교.
이곳에서는 여느 사우스 센트럴 LA지역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학교에서 유일한 한인 교사인 마이클 이(29)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씨는 한인 교사로서 흑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남다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정식 교사자격을 획득, 놀만디 애비뉴 초등학교가 첫 근무지인 늦깎이 교사다. 또 그는 경찰관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도 갖고 있다.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LA에서 자란 한인 2세인 이씨는 원래 화가의 꿈을 키우던 미술학도였다. 패사디나 아트 센터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USC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적 화가수업에 정진하던 이씨의 인생행로가 바뀌게 된 것은 가족이 당한 범죄 피해 때문이었다고 한다.
컬버시티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부친이 업소에 든 무장강도에게 총상을 입은 뒤 울분을 견디지 못한 이씨는 선량한 주민들에게 무고한 피해를 주는 범죄자들을 직접 잡겠다는 정의감으로 경찰학교에 지원, 컬버시티 경찰국 소속 경관으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평소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던 이씨는 LA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의 교실을 방문했다가 교직이 자신의 천직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29세라는 상당히 늦은 나이에 칼 스테이트 도밍게즈힐스 교사양성 과정을 통해 불과 10개월만에 정식 교사자격증을 획득한 이씨는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헌신하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교사 지망생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사우스 센트럴 지역 근무를 자청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사우스 센트럴의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폭동 발발 후 10년이 지난 지금 교사와 그의 학생들 사이에서 한·흑 갈등의 잔흔 같은 것은 발견할 수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폭동 자체에 대해서는 불행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지난 일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소위 한·흑 갈등 같은 건 모르지요"
이렇게 말하는 이 교사는 그러나 학교에서도 어른들의 눈빛은 사뭇 다르다고 털어놓는다. 몇몇 흑인 교사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눈치를 노골적으로 내보일 때가 자주 있어 이럴 때면 아직도 한인들을 마음속으로 적대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별수 없이 하게 된다는 것.
물론 일부 교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이 교사의 특출한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이 교사는 미술을 전공한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현재 맡고 있는 2학년 교실을 어디에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게 훌륭한 학습 공간이자 자료센터로 꾸며놨다.
화석의 역사, 인체의 기능, 에디슨의 전구, 산수 원리 등 자신이 직접 만들고 그린 학습 자료들이 작품처럼 교실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이 교사의 교실은 이 학교 루비 러드닉 교장이 외부에서 중요한 손님이 오면 꼭 함께 들르는 견학 코스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 최고인 이 교사를 아이들은 너무 잘 따른다. 이 교사는 "요즘 이 지역 학생들의 구성은 흑인과 히스패닉이 거의 반반"이라며 "아직 2학년 꼬마들이지만 반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 등 희망을 심어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한인타운 가까이에서 한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며 활짝 웃는 이 교사의 모습에서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흑인지역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정성을 쏟고 있는 참된 교사상을 볼 수 있었다.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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