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대학교에서 터졌다.
16일 버지니아주 애팔래치아 법대에서 피터 오디기주마라는 외국인 학생이 이날 오전 정학당한 것에 불만을 품고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고로 집무실에 있던 학장과 교수, 그리고 학생휴게실에 있던 학생 등 모두 3명이 숨지고 또다른 3명의 학생이 부상당했다.
16일 오후 이 사건을 접한 편집국은 이미 조판이 끝난 1면을 다시 수정해 충격적인 이 사건을 보도했다. 어떤 사람은 "그동안 고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총기난사가 이제는 대학으로까지 번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충격은 17일 아침 배달된 미국 신문들을 보면서 또 다른 의미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를 비롯한 베이지역 미국신문들은 이 사건을 1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대신 3면의 전국뉴스에서 조금 비중 있게 다루었을 뿐이다.
지난해 가을 텍사스주에서 해고당한 것에 불만을 품은 남성이 공장에서 총기를 난사했을 때도 조판이 끝난 1면을 수정하면서까지 사건을 신속히 보도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때도 미국신문은 1면에서 다루지 않고 지방뉴스란에 실렸을 뿐이었다.
이처럼 일련의 총기사건에 대해 미국신문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 그저 일상화(?)된 사건중 조금 큰 정도라는 반응이다. 3년 전 컬럼바인고교에서 총기난사로 12명의 학생이 숨졌을 때 그렇게도 요란을 떨던 재발방지와 총기규제, 학교안전대책 등은 이제 더 이상 듣기 어렵게 돼버렸다.
이같은 현상은 모두 9·11 테러사태에서 겪은 강도 높은 심리적 충격 때문이다. 3,000명 가까운 무고한 시민이 테러리스트들의 자살공격으로 희생되는 장면을 TV로 수십 차례나 재방송되는 것을 본 미국인들은 이제 웬만큼 사람이 죽어서는 별로 놀라는 표정을 짓지 않게 되었다.
폭력과 살상에 대해 내성(耐性)이 생겼다는 증거이다.
영어에 "상황이 어려울 때는 강자만이 살아남는다"(When the going is tough, the tough is going)라는 말이 있다.
테러와의 전쟁 상태에 있는 미국은 지금 오직 전쟁에서의 승리에만 관심이 쏠려있을 뿐이다.
"테러리스트들을 지구상에서 몰아낼 때까지 전쟁은 계속된다"고 선언한 부시 대통령은 전시내각을 이끌며 국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울수록 내부의 폭력을 없애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설사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라도 국내에 폭력이 만연해진다면 미국은 안방에 전쟁터를 다시 만든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전국 총기연합(NRA)을 지지하는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총기 규제안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미국의 적은 밖에만 있지 않고 안에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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