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삼국지의 주인공 조조(曹操)는 탁류(濁流)의 인물로 분류된다. 당시 온 세상의 비난을 받던 환관(宦官)의 양자로 들어가 벼슬을 산 집안 내력 때문이다. 조조가 한번은 한 막료와 함께 후한(後漢)이 망하게 된 이유를 논한다. 환관(宦官) 때문이라는 게 막료의 지적이었다. 조조는 틀렸다고 반박한다. 환관보다는 외척(外戚)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
한나라는 사실 외척과 환관 때문에 망했다. 외척중에서도 가장 폐해를 가장 많이 가져온 사람은 순제(順帝)때 인물인 양기(梁冀)다. 황후의 오라비인 그는 3대에 걸쳐 20년간 권력을 제멋대로 행사했다.
양기는 순제가 죽자 두 살짜리 충제(沖帝)를 즉위 시킨다. 그가 세 살에 죽자 이번에는 여덟 살짜리를 황제에 앉혔다. 질제(質帝)다.
질제는 상당히 똑똑해 어린 나이에도 양기의 횡포를 못마땅해 했다. 그런 질제이므로 어느날 여러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양기를 비방했다.
"이야 말로 발호장군(跋扈將軍)이로군." 이 말을 듣고 노한 양기는 질제를 독살한다. 발호(跋扈)란 권세나 세력을 휘둘러 함부로 날뛴다는 뜻이다.
외척때문에 망하게 된 나라는 한나라뿐이 아니다. 삼국을 통일한 사마(司馬)씨의 진(晉)도 바로 외척의 발호로 내란이 일어나 남쪽으로 쫒긴다. 중국 마지막 왕조 청(淸)나라도 서태후 일족의 발호와 함께 망국으로 치닫는다.
고려와 이조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원 이씨(慶源 李氏) 이자연이 고려를 대표하는 외척으로 세 딸을 문종(文宗)의 비(妃)로 바쳐, 경원 이씨는 80여년간 권력을 휘둘렀다. 이씨 조선의 대표적 세도가는 안동 김씨(安東 金氏)다. 순조(純祖)비 김씨의 집안으로 외척 안동 김씨의 권력독점과 함께 이조도 기운다.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 이야기가 점입가경이다. 날이 새기가 무섭게 새로운 사실이 들어나고 또 청와대다 국정원이다 국방부다 대한민국의 권부라는 곳은 죄다 자기 집 드나들 듯 해 하는 말이다.
별 둘 짜리 장성쯤은 아예 수행원처럼 부린 모양이다. 일국의 참모총장도, 청와대 수석도, 국정원의 넘버 2맨도 모두 그 사람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 것 같은 인상이다.
대통령 처조카라는 이유로 이 처럼 행세를 하는 나라. ‘왕조시대의 멘탈리티를 상징하는 발호장군’이 설칠 수 있는 나라. 그게 한국의 오늘이라는 사실을 이형택 게이트는 새삼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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