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곧 10번째 한인은행이 탄생한다.
지난 연말 유니티 은행이 8번째로 문을 연데 이어 이미 설립인가를 받은 미래은행이 주식공모를 끝내면 9번째로 문을 열 예정이다. 최근 장정찬 전 한미은행 부행장이 추진중인 은행도 곧 서류를 은행감독국에 제출하고 감독국의 인가를 받으면 한인은행 수는 모두 10개로 늘어난다. 10번째 추진되는 신설 은행의 경우 이사직은 사양하면서도 50만달러가 넘는 자본금을 출자한 한인투자가가 5명이나 될 정도로 은행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유니티 은행의 주식공모 설명회가 열린 한 호텔의 볼룸이 꽉 찰 정도로 소액주주들의 은행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인들이 은행을 설립하는데 투자하는 시간과 정력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은행설립 계획을 세우고 지분을 출자할 이사를 모은 후 서류를 준비해서 감독국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은 후에도 주식을 공모해 문을 열기까지 최소한 2~3년은 걸린다. 특히 1,000만달러 안팎의 자본금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은행감독국은 이사 자격을 심사하면서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적은 없는지 사소한 경범죄에서부터 크레딧 첵업과 개인신상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이 잡듯이 뒤지기 때문에 자본력이 있는 이사 후보 가운데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투자가들이 은행을 설립하려 하고 투자하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첫째, 한인은행 투자가 상당히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개 한인은행들은 11차례나 계속된 금리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순익이 전년 동기대비 1.35%늘어난 5,800만여달러를 벌었다. 일부 은행의 순익이 줄긴 했지만 불리한 영업환경 속에서 일단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놀랄 만하다. 한인은행의 주가도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부분의 은행이 나스닥에 상장했고 주당 수익률도 평균 10 수준으로 안정된 투자 종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80년대 초반에 한인은행에 20만달러의 주식을 매입한 투자가는 현재 32배가 늘어난 640만달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또 다른 한인은행에 30만달러를 투자한 한인투자가도 13배가 늘어난 380만달러로 키웠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인 비즈니스 가운데 수지타산이 가장 높은 것이 은행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증명됐다. 글로발은행은 한미은행과의 합병으로 사라졌고 델타세이빙스 은행과 서울신탁은행은 부실 경영에 따른 감독국의 지시로 문을 닫긴 했지만 말이다.
둘째, 은행 이사에 대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은행 이사 타이틀로 신분상승 효과를 갖는 것이 한인사회의 현실이다. 단순히 스몰 비즈니스 오너보다는 은행 이사라는 직함이 더욱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장성한 자녀들 시집장가 보낼 때도 은행이사 직함은 플러스 알파로 작용한다는 것이 한 이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은행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자부심은 한번 이사직에 앉으면 물러나지 않으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은행주식으로 돈을 벌게 된 이사들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이사가 되고 싶어한다.
현재 한인사회 규모에 비해 은행이 너무 많지 않느냐 하는 지적도 있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아직도 한인사회에는 홈 모기지론, 첵캐싱 등 공략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 많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은행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다. 은행이 많을수록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에게 돌아갈 이익도 많아지고 한인사회의 고용창출 효과도 생긴다. 현재 한인은행에 채용되어 있는 인력만도 1,000여명에 가까운데다 신규은행이 생기면 고급 인력의 흡수 효과는 훨씬 커진다. 한인은행들이 한인업체가 필요로 하는 금융상품을 공급하던 초창기 단계는 이미 지났고 미국기업처럼 소액주주들도 투자해서 이익을 보기 원하는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박흥률 (경제부 부장 대우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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