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채 안 남은 ‘스토리북 스타일’ 주택 보존 운동
▶ 1920~30년대에 남가주에서 발달한 매혹적 양식
’호비트 하우스’를 아십니까?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상업지구 바로 옆으로 난 좁은 오솔길을 따라가면 ‘반지의 제왕’의 무대인 ‘미들 어스’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나무 등걸 곁에는 손으로 깎아만든 문들이 있고, 퐁퐁 솟는 샘물이 흘러 모여서 이루어진 작은 연못엔 금붕어가 노닌다. 너와로 덮은 둥근 지붕, 벽돌과 모르타르로 쌓은 벽 등이 빌보가 살고 있을 듯한 환상을 자아낸다.
이 세 채의 집은 ‘로렌스 앤드 마사 조셉 레지던스 앤드 아파트’라는 공식 주소와 역사문화기념물 624호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벌써 수십년간 동네 꼬마들 사이에선 ‘호비트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전직 디즈니영화사 미술가인 로렌스 조셉이 1946년부터 1970년까지 직접 지은 이 집들은 로스앤젤레스에 몇 채 남지 않은 ‘팬터지 리바이벌 스타일’ 건물이다. ‘스토리북 스타일’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건축양식은 백설공주와 난쟁이들이나 마녀가 기괴한 재료를 넣은 독약을 끓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문과 창문에 붙박이로 만들어 넣은 벽돌색 거미줄이 디즈니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축 및 문화유산 보존활동을 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컨저번시의 트루디 샌드마이어는 이 집들이 ‘정말 볼만하고 독특하다’고 평한다. 그러나 이 집은 마사 조셉과 그녀의 죽은 남편을 연결시켜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남편이 손수 이 집을 짓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지켜보았어요. 내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는 집이지요"라고 마사는 말한다.
벽돌과 통나무, 벽토 등 외부치장은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집 비슷하지만, 내부는 어촌풍이다. 목수이자 선원이기도 했던 조셉은 생전에 이 집을 ‘스코틀랜드 어촌’이라고 불렀었다. 그러나 막상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때 비슷한 집을 볼 수 없자 그 이름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붙박이 기구들이나 조각된 들보는 석류석 빛깔로 통일했고, 부엌은 갤리선처럼 길고 좁으며, 구석구석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마루는 독특한 원형 문양으로 치장했으며, 끌을 사용해서 손으로 세공한 찬장과 옷장이 돋보인다. 벽과 천장은 붉은 색 타탄 무늬의 벽지로 처리했다. 주인집과 나머지 두 건물의 아파트 일곱 가구는 모두 접이식 책상을 갖추고 있다. 또 문에는 손잡이가 없다. 그 대신 지레와 빗장으로 열게 되어 있다. 서랍의 손잡이들도 밧줄매듭으로 대신한 것들이 많다.
로스앤젤레스 집답게 이 아파트들 역시 할리웃 스타들의 보금자리로 사용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세입자는 댄서 겸 여배우인 그웬 버든이었고, 닉 놀티가 뒤쪽 건물의 독신자용 숙소에서 살았다. 폴라 프렌티스와 리처드 벤자민도 이 집의 세입자였다. 1963년엔 프랭크 시나트라의 아들 유괴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질금 24만달러의 대부분이 이 건물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집은 애롤 겔너와 더글라스 카이스터의 새 책 ‘스토리북 스타일’에 사진이 실려 있다. 지은 이들은 이 장르가 비록 1920~30년대에 걸친 절정기가 너무 짧기는 했지만, 20세기 주택건축 사상 가장 매혹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스토리북 스타일은 오늘날 희귀품이 되었다. 1920년대 작품인 스패디너 하우스는 ‘마녀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에 의해 설계된 이 집은 컬버시티에서 베벌리힐스로 옮겨졌다.
건축사가인 제프리 사무디오에 따르면, 이런 민속풍의 집들이 남가주에서 붐을 이루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집들은 2차 대전을 전후해서 주로 건축되었는데, 이 무렵은 연예산업이 꽃피고 중산층이 부상하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아이가 없는 마사는 이 집의 장래에 대해 걱정을 해왔다. 자신이 돌보지 못하게 되면 이 집이 주차장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6년 친구인 로버타 굿윈의 도움을 얻어 역사문화 유적으로 등록을 하기로 했다.
이 집이 문화재로 인정받아 세금감면이나 지원금 등 보존 혜택을 받으려면 여러 조건과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마치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듯이, 마사 역시 이 집을 지켜줄 협력자들을 찾아 의지하려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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