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미술학교 ‘현대 기차 및 역’ 디자인 전시회
시카고 미술학교(Art Institute)에서 오는 7월28일까지 계속될 ‘현대의 기차와 멋진 역들’이란 전시회에 출품된 전 세계의 가장 흥미로운 20개 기차역 디자인 중에는 이미 완공된 것도 있고 건축중인 것도 있고 이제 겨우 조감도만 완성된 것도 있다. 마치 기찻길처럼 구불구불한 복도를 따라 걸린 사진, 그림, 컴퓨터로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모두 현대생활에 맞는 기차역을 재창조해 내려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그중 하나인 벨기에의 리에게시 프로젝트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작품으로 거대한 유리 건물에 캐노피가 솟아 있고 지붕은 아치로 받쳐놓았다. 2006년에 완공될 이 역은 커다란 중앙 홀과 사무실, 샤핑센터, 800대가 들어가는 주차장은 물론 지하철과도 연결되는 다목적 건물로 유리벽을 통해서는 가까운 산의 경치를 환히 볼 수 있다.
이처럼 공회당과 샤핑몰의 기능도 갖고 있는 이 건물의 주된 용도는 물론 기차역이다. 대도시는 물론 작은 도시에도 고속철이 연결되고 있는 유럽에서 기존 역들은 더 이상 그 많은 승객이나 초현대식 기차들을 수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현재 유럽 및 동아시아 전역에서 일고 있는 기차역 건축 붐은 그 디자인의 지방색을 변화시키면서 도시계획에 있어 역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역들은 밝고 바람이 잘 통하고 컬러풀하다. 일련의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 많고 규모가 크지만 과거 고딕이나 보자르 양식의 역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거의 대부분이 보다 큰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한 부분으로 계획되고 있어 주차장,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이나 인근 공항으로의 연결편을 포함한다.
핼무트 얀이 디자인해 지난해에 완공된 프랑크푸르트역, 2003년에 개통될 콜로뉴역 같은 것은 공항 단지의 일부분이다.
프랑스의 릴에서 기차역은 프랑스 정부와 유럽연합이 낙후지역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중인 새 비즈니스 단지인 ‘유라릴’의 중심이다. 날렵한 튜브모양 아치가 지붕을 버티고 있는 이 역은 서너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994년에 완공된 이후 인근에 3개의 사무실 건물과 컨벤션홀이 건축됐다.
어떤 기차역들은 특별한 행사를 위해 지어졌다가 나중에 장기 개발계획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1998년 엑스포의 관문이었던 리스본의 오리엔테역의 경우 망해 가는 공장 지역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유리와 철강으로 야자수 나무모양 캐노피를 얹은 건물로, 현재는 계획대로 주변에 주택과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어 2010년이면 2만5,000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정치 지도자들도 인구 및 환경, 경제적 변화 때문에 현대적인 철로 네트웍 개발 및 그 연결점으로서의 멋진 역 건설이 자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해 1998년에 개관한 홍콩의 헝홈 역은 하루에 500대의 기차가 오고 간다.
영국의 건축가 테리 패럴이 지은 웨스트 카올룽의 새 역은 이 도시 중심가와 새 공항을 연결하는 19마일 선로의 중심이자 3개 기차 노선이 교차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버스 정류장이자 항공기의 체크인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러한 교통편의 때문에 인근에 100만스퀘어피트 이상의 사무실 공간 및 호텔,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기차역을 새로 지었는데 기차가 고물일 리는 없다. 새 기차의 디자인 역시 역 디자인만큼 급진적이며 시카고 전시회에는 9개의 신형 기차 디자인이 기술발달의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신기술 덕분에 독일에서는 기관사가 아니라 손님들이 맨 앞칸에서 전경을 보며 달릴 수 있다. 유럽의 기차들은 최고 시속 150마일까지 낼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평등한 스웨덴 기차들에는 1등칸이 따로 없지만 스위스 같은 곳의 기차들은 부유한 스키 손님들에게 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기차에 관한 한 미국이 얼마나 뒤져 있나를 확인하게 해준다. 미국에서도 기차의 전성시대에는 이 나라의 가장 유명한 건축가들이 대형 기차역 디자인에 매진했고 그중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같은 것들은 아직도 남아 그 굳건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은 미래보다는 과거에 속하는 것. 대담하고 혁신적인 시카고 전시회 출품작들과는 정반대다.
미국에서 철도여행에 미래에 두고 있는 비중이 유럽 및 아시아와 얼마나 다른지를 잘 보여주는 이 전시회에 출품된 20점중 미국 것은 오로지 4점뿐으로 하나는 뉴욕의 8가 우체국 건물에 지어질 새 펜실베니아역이고 나머지 3개중 하나는 세인트루이스, 두 개는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와 솔라나 비치에 건설될 역이다.
캘리포니아의 역들은 고속도로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한 미국내 여러 지역 시장 및 주지사들이 철도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05년까지 40억달러를 들인 철로 개선 방안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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