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럭키라고 부르는 15년된 고양이가 있다. 그 시절 아이들에게 넉넉하게 해준 것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아이들이 고양이 한 마리 갖다 기르자고 하도 졸라서 동물보호소에 가서 그 당시 25달러를 기부하고 석 달밖에 안된 럭키를 데려 왔다. 수놈이었는데 일리노이 주법이 수고양이를 집에서 기르려면 거세를 해주어야 해서 럭키를 집에 데려 오자마자 하룻밤을 동물병원에 재우며 수술을 받게 했다.
차에 태우고 갔다가 하루 지난 후 다시 차로 데려 왔는데 어린 럭키는 마취도 없이 행한 수술로 극도로 흥분해 그 이후로 한동안 사람을 기피하고 자동차 타기를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고양이 나이 15세면 사람으로 치자면 환갑이 훨씬 지난 나이이다.
우리 집 주위에 작은 다람쥐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럭키가 그 조그만 다람쥐를 덥석 물었다. 무는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큰소리로 "럭키!" 부르며 야단쳤더니 물었던 다람쥐를 입에서 놓았다. 죽은 것 같지는 않아서 조그만 상자를 찾아 그 속에 넣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 주었더니 몇 시간 후 회복이 되어 잘 살아나 이제는 평화공존(?)을 하고 있다.
저녁에 외출을 하면 오후에 일을 시작해 밤늦게 귀가하는 아내의 퇴근시간을 용하게 맞춰 찾아와 집으로 같이 들어오곤 했다. 시계가 없어도 소위 동물이 가진 ‘바이오 시계’가 정확히 작동하나 보다. 얼마나 정확한지 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4월 서머타임 실시를 감지하지 못한 럭키는 아내의 퇴근시간을 놓쳐 쌀쌀한 밤을 밖에서 지냈어야 했다.
한번은 배에 골프 공 만한 혹이 생겨 몇 달이 지나도 낫지 않고 고생하는 것을 보고 어느 날 작은 아들이 럭키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졌다는 말이 있듯이 그 후 아주 건강하게 잘 자란다. 럭키 수술비 얼마 들었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제 돈으로 지불하였으니 내가 참견할 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떼어낸 혹 조직검사 운운할 적에는 공연히 필요 없는 돈 낭비할까 펄쩍 뛰었다. 그렇게 돌봐 주던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비우는 날들이 많아지니 어쩔 수 없이 잠들 때는 내 가까이 와서 잠을 청한다.
지난해 12월 아침 출근길에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동물보호소에서 ‘빛과 사랑’이란 타이틀을 걸고 보호하고 있는 동물들의 먹이마련 등을 위해 기부금을 접수한다는 것이었다.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당신 자신의 개나 고양이의 이름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이다. 내가 우리 집 럭키 이름으로 기부금을 내면 크리스마스 트리에 럭키의 등을 하나 밝히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인가.
개고기냐 코요테냐로 시끄러운 뉴욕의 한인사회 뉴스가 시카고까지 알려졌다.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 중의 하나가 우리와 같이 사는 동물에게도 가족처럼 대해 줄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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