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 동계올림픽 1,500미터 남자 숏트랙에서 우승한 김동성(22) 선수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미국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기자 많은 한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인들과 미국 언론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딴 미국선수를 감싸고돌며 영웅으로 키우는 분위기다. 태극기를 빙판에 내동댕이치면서까지 울분을 토하는 김 선수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았을 때 김 선수가 받은 충격의 강도가 느껴졌다.
김 선수가 금메달을 박탈당한 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일부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비난·협박성 이메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로 인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이버 범죄 전문가를 동원, 용의자 추적에 나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금메달 박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인들의 항의성 전화가 본보에 빗발쳤다. ‘심판이 잘못했다’ ‘주최국의 텃세다’ ‘미국선수의 쇼맨십에 놀아났다" 등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대세였다.
스포츠광을 자처하는 30대 한인은 "이번 일을 꼭 기억해 뒀다가 월드컵 때 미국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흥분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한인은 "자국선수 영웅 만들기에 급급한 미국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한인은 "서울올림픽 때 미국 권투선수가 한국선수를 일방적으로 두들기고도 은메달을 딴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며 "따지고 보면 한인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결말이 나든 그 후유증은 꽤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김 선수가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받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선수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찜찜하기만 할 것이다.
한국 선수단은 김 선수의 금메달 박탈을 명백한 도둑사건으로 규정짓고 현지에서 변호사까지 고용, 법원 투쟁에 돌입할 태세며 항의의 표시로 폐막식 불참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김 선수가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든, 아이스 댄싱에서처럼 두개의 금메달을 선수들에게 나눠주든 이번 사태는 올림픽 정신과 명성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김 선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올림픽 관계자들이 하루빨리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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