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행태 중 가장 신비스러운 것 중 하나가 연어의 귀소 본능이다. 광대한 바다를 집으로 삼아 살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꼭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찾아온다. 바다로 흘러 드는 수천 수만 개의 강 중 자기 고향을 어떻게 찾아오는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연어와는 달리 자식을 낳을 때가 되면 생전 처음 보는 이국 땅을 찾는 부류가 있다. 한국 여성들이다. 요즘 LA 한인타운은 아이를 낳으러 한국에서 건너 온 여성들로 만원 사례를 이루고 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50% 이상 부쩍 늘었다는 게 산부인과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국에서 반미 감정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미국에서 아이를 낳는 한국 여성의 수도 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한인타운에서 영업중인 산부인과는 대략 50 개로 이곳을 찾아 아이를 낳는 한국 여성의 수가 월 100명은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내야 하는 출산 비용은 1만5,000달러 선. 한국 보험이 커버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현찰로 내야 한다. 산부인과로 볼 때 이들은 귀한 고객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아예 산후 조리부터 아이의 출생신고, 여권 발급까지 대행해 주는 업소까지 생겼다. 한국에서도 미국 출산 투어 패키지는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상품의 하나로 몇 달 전에 예약해야 간신히 올 수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낳는 것보다 20배씩 돈을 더 주고 미국에서 굳이 아이를 낳는 이유는 뭘까. "좁은 땅에서 아둥바둥 사는 것보다 넓은 미국에서 마음껏 자기 뜻을 펼치게 해주고 싶어"라고 한 산모는 말한다. 출산 비용은 좀 비싸지만 남자의 경우 병역 문제가 해결되고 나중에 유학을 오더라도 유학생보다 훨씬 싼값에 대학을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라는 것.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시민권 부여에 관대한 나라다. 불법체류자든 여행자든 유학생이든 부모의 신분을 묻지 않고 미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합법 체류 자격을 준다. 헌법을 고쳐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포용성이 미국 힘의 근원이다.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 인구가 향후 50년 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미국만은 예외다. 높은 출산율과 열린 이민 문호에 힘입어 50년 후 미국 인구는 4억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때쯤이면 러시아와 일본은 1억 수준으로 줄어들어 미국과의 경쟁 상대에서 더더욱 멀어진다.
미국 영토 내에서 태어난 자에게 무조건 시민권을 주는 연방 헌법이나 어떻게 해서든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고 싶다는 한국 여성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원정 출산은 앞으로도 줄지 않을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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