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이 추워서 견딜 수 없다. 내복을 넣어주든지 아니면 차라리 한국으로 보내달라." 한국에 있는 별거 아내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샌디에고 연방지법에서 송환 적부심사를 받고 있는 홍종근(61)씨가 지난 5일 법정에 출두한 자리에서 판사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현지 취재기자에 따르면 홍씨는 이날 심리가 시작되자 "(수감된 지) 벌써 22일째인데 한국에 전화도 못하고 감방 안이 추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내복이나 담요가 있으면 둘둘 감고라도 있겠다"고 푸념, 법원 관계자들을 어리둥절케 하더니 재판부가 "당신은 정부 요청에 따라 보석금 없이 수감돼 있는 것"이라고 인내심을 갖고 설명하자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국에 가게 하루라도 빨리 재판을 끝내달라"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홍씨의 이 같은 행동은 7일 심리에서도 계속됐다. "지금까지 혼자 독방에서 지내다 어제 300명이 함께 자는 감방으로 옮겼는데 한숨도 잘 수 없었다"며 법원 관계자들을 기가 막히게 했다. 그는 또 오래 전부터 앓아온 병 때문에 몸 상태가 안 좋다면서 "나는 죄가 없으니 한국에 가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기도 했다.
홍씨는 1996년 2월 미국에 체류하면서 해결사 2명을 한국에 보내 별거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고 당국의 눈길을 피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해온 살인용의자의 몸이다. 그의 혐의는 이미 한국서 유죄가 확정돼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해결사 김창섭씨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 또한 도피기간에 ‘제임스 리’라는 가명을 내세워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했지만 한국 경찰청과 연방수사국의 사진 및 지문대조 결과 ‘홍종근’임이 확인됐다.
정말 무죄라면 굳이 6년 동안 한국의 아들에게서 생활비를 송금 받아가며 숨어살지 않아도 됐고 결백을 주장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 ‘죄가 없다. 미국 감방이 추워 한국에 가서 재판을 받겠다’니 삼척동자가 들어도 혀를 찰 노릇이다.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논리는 법정에선 피의자들에게만 적용돼서는 안 된다. 세상을 떠나 말이 없는 피해자를 위해서도 공평해야 한다. 홍씨가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동안 그가 보낸 해결사의 칼에 무참하게 난자 당한 피해자는 샌디에고의 감방보다 더 추운 곳에서 6년의 세월을 지내왔다. 홍씨는 보다 진지하고 참회하는 자세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샌디에고 감방과는 비교가 안되게 ‘추운 곳’이 바로 저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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