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가 한국 갔다오면서 최인호의 장편소설 상도(常道, 1-5권)를 사다 주었다. 상도는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허준’ 못지 않은 인기를 얻으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소설과 TV 드라마가 너무나 다르게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작가의 의도와 소설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소설의 시작은 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의 교통사고로 죽음에서 시작되는데 그의 유품 속에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10자의 뜻을 찾아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 10자는 1779년에 출생하여 철종 6년인 1855년에 죽은 당대의 거상 임상옥의 자서전적인 가포집(稼圃集)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찾게된다. 가포집은 임상옥의 일대기며 그의 상업정신을 토대로 하여 최인호가 소설 상도를 쓰게 된다.
임상옥은 그의 나이 18세 때 아버지를 따라 연경에 드나들며 장삿길에 나서는데 그의 아버지 임봉책은 역관의 꿈을 안고 수차 시험에 응했으나 낙방하여 역관의 꿈을 접고 장삿길에 나섰으나 그것에도 실패하여 강에 빠져 자살하게 된다. 아버지의 장사 빚을 갚기 위하여 홍득주의 수하에서 점원 노릇을 하게 되는데 그가 인삼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연경으로 인삼장사를 떠나게 된다. 연경에서 인삼을 판 돈으로 홍등가에서 장미령을 구해준다. 임상옥이 인삼의 판매대금을 유용하여 장미령을 구해준 것에 격분하여 홍득주는 임상옥을 만상에서 쫓아낸다. 그는 중이 되기 위해 금강산 추월암에서 은거한다. 그 와중에 장미령의 도움으로 다시 장사를 시작하여 당대의 거상으로 성공하게된다. 임상옥은 인삼무역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사회에 환원하고 평생 가난하게 살다 죽는다. 그가 말한 ‘재상령여수 인중직사형’이란 재물은 평등하기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유언은 물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재물로 비극을 맞는다는 말로 임상옥의 상업정신을 똑바로 나타낸 말이다.
임상옥은 그의 아버지를 통하여 상즉인(商卽人), 즉 장사는 곧 사람이며 사람이 곧 장사라는 교훈을 얻는다. 다음으로 돈보다 소중한 것이 인명(人命)이며 어려운 처지를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으로 장미령을 구해주는 활인(活人)정신을 실천했고 추월암에서 석산 스님을 통하여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는 내용이 이 소설의 전부다.
모두가 주지하는 것처럼 조선 말기의 상권은 크게 3개로 나누어지는데 남쪽으로는 대마도의 일본 장삿배를 상대로 하는 동래 왜관(부산의 옛 이름)의 해양상권과 중부지방의 국내 상권을 장악하고있는 송상(개성상인)과 청나라와 인접해 있는 국경무역(책문후시)을 주도했던 만상(의주상인)으로 나누어져있었다. 특히 만상은 인삼을 청나라와 밀무역하는 것을 주로 하는 후시(後市) 상인들이었다. 1832년 순조 때부터 개시(開市) 공무역으로 바꾸어져 국가의 허락을 받아 무역하게되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상업을 천하게 여기고 선비들만 관직에 오를 수 있는 사회제도를 만들어놓았다. 이런 사회제도는 유교적 윤리 도덕에서 시작된 것이다. 논어의 이인(里人)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작은 장사는 이문(利文)을 남기기 위하여 하는 것이지만 큰 장사는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이 이익대로 한다면 원망이 많다. 이익이란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니 필히 상대방을 손해보게 하는 결과가 된다. 군자가 밝히는 것은 의로운 일이요 소인이 밝히는 것은 이익이다. 그러므로 장사하는 사람은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 행위라고 하여 천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전래되어 장사는 천한 직업이라 하였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부흥시켜 부를 축적하는 주체가 상인이라 하여 우대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근대 자본주의 주역은 곧 시민계급, 상공업자였다면 우리나라 상공업자는 사회적으로 가장 천대받는 신분이었다는 것이 실로 잘못된 일이다. 상도의 기본은 신의와 의리, 곧 신용과 친절이라 이것을 잘 갖추어 질 때 올바른 상도덕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것은 과거, 현재, 미래에도 영원히 변치 않는 상도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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