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의 불똥이 점차 한인 사회로도 튀고 있다. 연방 당국의 돈 세탁에 대한 조사가 엄격해지면서 LA 한인은행들이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연방 이민국은 현행 6개월짜리 관광비자를 30일로 단축하고 관광으로 입국한 후 유학비자로 바꾸는 것 등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방침’이지만 이것이 법으로 확정될 경우 매년 수십만명의 한국인 방문객을 맞는 한인사회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관광객을 직접 상대하는 여행사, 식당, 숙박업소, 선물가게는 말할 것 없고 관광비자로 입국한 후 학생비자로 바꿔 합법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인들을 상대로 하고 있는 수많은 학원과 어학 연수원이 문을 닫는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 이민국은 또 앞으로는 유학비자가 발급되기 전에는 학업을 시작할 수 없도록 하는 안까지 고려하고 있어 학교들을 더욱 애태우게 하고 있다.
이민국이 이런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테러범을 비롯한 상당 수 외국인이 미국의 입국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인 등 일부 외국인이 비자 변경을 미국 체류연장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유학생들은 적만 걸어 놓고 학교는 다니지도 않으며 본래 비자발급 취지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처럼 체류기간과 체류자격 변경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소수의 탈법자를 단속하기 위해 선의의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9·11 테러를 저지른 범인 중 대부분은 합법적 체류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관광 체류기간을 단축하고 유학비자 변경을 불허한다고 해 이들이 테러를 저지르는 것을 막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미국에 들어온 외국인의 체류기간을 줄이는 것보다는 테러범 신원을 파악해 입국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테러 방지의 정도일 것이다.
외국인의 미국 방문을 제한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손실일 뿐 아니라 가뜩이나 미국이 일방주의와 독주로 치닫고 있다는 세계 여론만 악화시킬 뿐이다. 이번 결정은 9·11 테러의 주범 모하메드 아타가 테러 발생 6개월 만인 지난 11일 유학 비자를 받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기존 이민국을 해체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자 내놓은 이민국의 자구책이란 인상이 짙다. 부시 행정부와 이민국은 무엇이 테러 방지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 재삼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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