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우리가 무엇을 한 것인가"
이것은 B-29 미군 폭격기 에놀라게이호의 조종사가 2차 대전 말기인 1945년 일본에 최초로 원자폭탄을 투하한 직후 한 말이다.
폭격기 조종사의 이 역사적인 말을 담은 비행기록은 지난 27일 엄청난 액수로 경매된 미정부 역사 문서들 가운데 하나였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지난 1865년 암살되기 불과 사흘 전 백악관 창문에서 행한 마지막 연설의 원고는 정부 역사문서 중 사상 최고가격인 308만6,000달러에 팔렸다. 이 원고에는 링컨의 친필 서명이 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초강력 폭탄제조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한 편지는 210만달러에 경매됐다. 초강력 폭탄이란 바로 원자폭탄을 지칭하는 것으로 편지 경매가로는 사상 최고였다.
경매된 201종의 미국 역사문서들은 작고한 출판계의 거물 말콤 포브즈가 수집한 것들이다.
이번 경매의 총액수는 2,000만달러를 초과했는데 문서에 서명이 포함된 역대 대통령만도 14명이나 됐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출격 임무 ‘리틀 보이’를 수록한 로버트 루이스 대위의 비행기록은 당초 20만~30만달러에 팔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이보다 높은 35만달러에 낙찰됐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서다. 20세기의 가장 장엄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순간이다. 가장 비통한 기록이기도 하다"
딜러 세스 캘러는 말한다.
루이스 대위는 2차대전의 종전을 앞당기는 것이 목표였던 이 작전의 비행기록을 연필과 펜을 사용, 분단위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비행기록은 또 리틀 보이라고 명명된 중량 9,000파운드의 원자폭탄을 히로시마 상공에 떨어뜨린 후의 충격도 잘 묘사돼 있다.
원자폭탄 투하로 숨진 사람은 1945년 말까지 14만여명으로 추산됐으며 총 사망자수는 20만명으로 집계됐다.
루이스 대위는 당시의 상황을 비행기록에 이렇게 쓰고 있다.
"폭발 섬광 15초 후 폭격기 승무원들은 모두 두 번의 충격파를 느꼈다. 우리는 폭발을 관측하기 위해 비행기의 기수를 돌렸다.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인간이 목격한 가장 큰 규모의 폭발이었다. 도시의 10분의 9는 연기로 뒤덮였고 불과 3분 사이에 백색 구름기둥이 고도 3만피트로 치솟았고 곧 5만피트에 도달했다"
루이스의 기록은 계속된다.
"폭격기 승무원 전원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 이상을 경험했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상상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인가. 나는 이것을 설명할 말을 애타게 찾고 있다. 어쩌면 그저 ‘아뿔싸, 우리가 무엇을 한 것인가’라고 말해야 할지 모른다. 수백년을 산다해도 이 수분간의 기억을 내 머리 속에서 지우지는 못할 것이다"
루이스는 폭탄을 투하한 다음 한시간 반을 비행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400마일 밖에서도 여전히 거대한 구름을 볼 수 있었다.
히로시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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