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썩 시원하고 유쾌하다 라고 국어사전에 그 뜻이 나와있는, 듣기만 해도 머릿속이 맑게 헹구어지는 듯한 말, 상쾌하다. 우리가 즐겨 쓰던 ‘상쾌한 아침’이라는 인사가 언제부터인가 ‘굿모닝’ 혹은 ‘좋은 아침’에 밀려나게 되었지만, 상쾌한 아침보다 더 좋은 아침이 어디 있으랴. 간혹 상쾌한 아침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런 만남은 정말 기분이 썩 시원하고 유쾌하다.
얼마 전에 아주 상쾌한 젊은이를 신문지상을 통해서 만났다. 30세의 남자로 이집트에서 뉴욕으로 유학 온 대학원생이다. 그는 9.11 사태와 관련되어 한달 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가 잠시 묵었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 근처에 있는 그의 호텔 방에서 비행기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무선 통신 라디오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9.11 사태와 관련되었다는 혐의를 받았던 것이다.
그가 그 호텔에 머물고 있었던 이유는 브루클린에 있는 폴리테크 대학 컴퓨터 엔지니어링 대학원 코스로 유학을 온 그에게 학교에서 임시 거처로 추천한 곳이 바로 그 호텔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8월27일에 체크인을 했고 9월25일까지 머물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9.11 참사가 발생해 호텔은 모든 손님들을 대피시켰고, 그 과정에서 호텔 종업원이 그가 묵던 방의 금고에서 문제가 된 무선통신 라디오를 발견해 FBI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라디오가 다른 방에 묵던 민간 비행기 조종사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유학생은 한 달만에 감옥에서 풀려났지만 아직도 그 라디오가 어떻게 그의 방에서 발견되었는지는 의혹으로 남아있다고 기사는 전했다.
유학이라는 희망에 부푼 뜻을 품고 외국에 와서 도착한지 2주일도 안되어 영문도 모르는 채 무고하게 한 달이나 감옥에 갇혀 있게 되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은, 엄청나게 끔찍한 일이다.
얼마나 원통하고 답답하고 억울할 것인가. 억울하다는 감정은 끈질기고 강해서 당한 만큼 갚아주고 보상을 받아내라고 우리를 충동질시킨다. 내 실수로 뜨거운 커피를 무릎에 쏟아 화상을 입고도 그것이 커피 끓인 사람 잘못이라고 꾸역꾸역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우리 현대인이 아닌가.
그런데 이 젊은이는 한달간이나 감옥살이를 한 후에 무혐의로 풀려 나오던 날 활짝 웃는 모습으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솔직히 그 라디오가 내 것이라고 오해했던 FBI 요원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 FBI 요원과 저녁이나 함께 하면서 이 일을 다 털어 버리고 싶습니다"
이 얼마나 상쾌한 제안인가!
우리도 이렇게 상쾌한 아침의 기운으로 우리의 하루를, 일년을,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마지막 날에 후회와 회한의 악취를 풍기는 찌꺼기 대신 맑은 이슬방울 하나 빚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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