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캔사스주 올라스 소재 할러데이인 호텔 볼룸의 개조된 복싱 링에서는 10대 초반 소년들로 구성된 전미 실버글로브 토너먼트 복싱 준결승전이 벌어졌다. 이 경기의 승자는 90파운드 체급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하고 결승에서 격돌하는 두 선수 중 한 명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복싱 챔피언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요즘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아동복싱의 현주소다.
아동복싱의 성행은 어린 자식들의 두 어깨에 과도한 희망을 걸고 있는 부모들의 욕망의 산물이다.
아동복서들은 부모들의 희망을 안고 최종라운드 벨이 울릴 때까지 비 오듯 땀을 쏟으며 펀치를 내뻗는다. 경기가 종료되면 승자는 챔피언 벨트를 걸고 환호하는 반면, 패자는 눈물을 흘리며 링에서 내려온다. 하지만, 다음순간 어린 선수들은 링 위의 전사에서 피자와 콜라를 손에 쥔 평범한 소년들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부모와 함께 1,000마일을 달려 온 다넬 자일스는 올해 전미 실버글로브 토너먼트에 진출한 300여명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10세부터 15세 사이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 토너먼트는 ‘골든 글로브스 아마추어 복싱대회’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실버글로브 토너먼트에 진출한 선수들은 먼저 소속 주예선을 통과한 후, 지구별 경쟁관문을 뚫고 실버글로브 토너먼트에 최종 진출한 유망주 소년복서들이다.
매년 토너먼트 참가 선수들은 미국 방방곡곡에서 캔사스로 몰려든다.
개중에는 도회지 소년들도 있고 시골아이들도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이들 대부분이 히스패닉이나 흑인 아동들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소년복서 트레이너나 부모들은 복싱을 신분상승의 첩경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 옹호론자들은 복싱이 열악한 환경의 소년들에게 규율을 가르쳐서 길거리 부랑아가 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순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실버글로브에 진출한 대부분의 소년복서들은 장차, 오스카 델 라호야나 셰인 모즐리 같은 유명 프로복싱 챔피언이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델 라호야나 모즐리 모두 소년시절 실버글로브에서 복싱을 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코치들은 소년복서들이 복싱으로 입신양명할 기회가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여전히 출세의 수단으로서의 복싱의 매력은 강렬한 것이다.
그 자신 전직 복서이자 소년복서 코치인 59세의 주니어스 힌톤은 ‘복싱은 꿈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는 아직도 소년복서를 육성하여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고,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을 만드는 일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복싱이란 링에서 상대방을 가격하거나, 심지어 떼려 눕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무자비한 스포츠다.
잘 훈련된 복서라면 열 한살짜리 복서라도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주먹을 날릴 수 있다. 따라서, 일부 비판론자들은 아동 복싱이 아동들을 희생의 제물로 삼는 위험한 비즈니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1983년 이후 전미의학협회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복싱은 선수의 뇌 손상을 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계속 발표해 왔다.
동 협회의 양크 코블 박사는 이렇게 강조한다.
"복싱은 상대방의 신체에 손상을 가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유일한 스포츠다"
코블 박사는 또, 아동들은 복싱이 신체에 끼치는 장기적 해악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는 본질적으로 어른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아동의 복싱 참여를 결정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실버글로브 토너먼트 후원사이자 복싱장비업체인 ‘링사이드’의 존 브라운 회장은 복싱경기의 위험성을 평가 절하한다.
"지난 11년간 실버글로브 토너먼트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케이스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소년복싱의 부상률은 소년 풋볼리그 부상률의 10%에도 채 못 미친다"
브라운 회장은 말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16세 미만의 등록된 소년복서 숫자가 약 1만1,000명에 달한다.
앞에서 언급한 소년복서 다넬 자일스는 다섯살 때부터 복싱을 시작했다.
신장 4피트8인치인 다넬의 현재 전적은 56전 50승이다. 이 성적은 올해 실버글로브 토너먼트에 출전한 복싱선수들 가운데, 97승 1패를 기록한 다른 한 명의 선수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자일스는 장차 대학에 가고 싶지만, 그의 최종적인 목표는 역시 프로에 진출하여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자일스의 아버지는 그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들이 태어나면 복싱선수를 만들겠다’고 말해 왔다. 이 때문에는 자일스는 ‘나는 복서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토너먼트에서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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