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전쯤 일로 기억된다. 주말 어느날 아침 특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평소 안면이 있는 한인여성이 ‘같이 밥이나 먹자’며 전화를 걸어왔다.
웨스트LA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이 여성은 ‘사실은 부탁이 있어 만나자고 했다’며 조심스럽게 본심을 드러냈다. ‘조그만 옷가게를 하나 열려고 하는데 돈이 좀 필요하다. 몇달후에 꼭 갚을테니 1만달러만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고 요구를 거절할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월급쟁이가 현찰로 1만달러가 어디 있느냐. 돈이 있으면 오늘 당장 빌려줄텐데’라고 아쉬운 듯 말하며 은근슬쩍 넘어가 버렸다. 이 여성과 헤어진후 기분이 찜찜했지만 참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친한 사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돈 만불을 꿔달라고 하나…’
그날 이후로 이 여성은 기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요즘 남에게 빌린 돈을 떼먹고 도망가는 한인들의 사기행각이 신문지상을 통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의 경우 40대 여성이 무려 400만달러를 챙긴후 감쪽같이 사라져 돈을 빌려준 한인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떤 피해자는 집판 돈 40만달러를 선뜻 빌려줬다가 고스란히 날렸다고 한다. 40만불이면 서민들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큰 돈이 아닌가. 수소문 끝에 2만달러를 날렸다는 피해자 한사람과 전화로 연락이 닿았다.
뭘 믿고 돈을 빌려주었냐고 물었더니 이 피해자는 “평소 언니, 동생 하던 사이라 별 의심없이 돈을 내줬다. 돈갖고 도망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후회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돈 떼먹고 도망간 사기꾼은 웬만해선 잡히지 않는다. 설사 붙잡힌다 하더라도 갚지 않겠다고 작심하고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한 처벌하기도 어렵다.
사회생활 하면서 좋든 싫든 여러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경계대상 1호’는 돈 꿔달라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친한 사람일수록 돈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가 힘들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면 버리는 셈치고 빌려줄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상책이다.
‘돈 잘못 꿔줬다간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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