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믿음이 꼭 사귀어온 세월을 따르는 것은 아닐 터.
내 목숨을 자네에게 맡기려는 마당에 세월의 깊이를 따져 무엇 하겠는가.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면 죽음으로 갚으면 될 것을.”
김진명의 역사 소설 <고구려>에 나오는 묵직하면서도 울림을 주는
믿음과 신뢰의 글입니다.
고구려의 왕손이었던 을불은 훗날 15대 미천왕이 됩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그는 큰아버지 봉상왕의 불신과 질투를 받아
궁궐에서 쫓겨나듯 떠나야 했습니다.
그는 왕손이었지만 소금장수와 떠돌이 생활을 하며 목숨을
부지하는 낭인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노라는 한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을불은 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고구려 왕위 회복 계획을 털어놓습니다.
여노는 크게 놀라며 묻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어찌 그리 중대한 말을 하십니까?”
그때 을불이 남긴 말이 바로 이 말입니다.
“사람 사이의 믿음은 사귄 시간의 문제가 아닐진대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면 죽음으로 갚으면 될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수십 년을 알고 지냈어도 하루아침에 돌아서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단 하루의 만남이 평생의 인연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을 믿는 기준은 함께 보낸 시간의 길이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
그리고 그 판단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용기입니다.
그래서 믿음이란 상대를 향한 신뢰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사색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상대를 믿는 일이기 전에,
그 사람을 알아본 자기 자신의 눈을 믿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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