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청년, 생계 막막한 가족때문에 군 생활 접어
딱한 사정 알게된 육군, 6개월내 군 복귀 허용
군대가서 출세하겠다며 고향을 떠난 19세의 청년 커크 에반스가 입대한지 불과 3개월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3개월만에 집으로 돌아온 에반스는 더 이상 예의 게을러빠진 젊은이가 아니었다. 에반스가 의가사 제대를 하게 된 것은 기능공인 의붓아버지 60세의 테리 루저가 올 새해벽두에 심장마비로 급사했기 때문이다.
테리는 아무런 재산도 없이 청구서만 잔뜩 남기고 사망했다. 에반스의 어머니 37세의 캐롤은 웨이트리스를 비롯한 잡다한 일을 했으나, 고질적인 질병으로 인해 그마저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에반스는 지난해 10월, 열 아홉번째 생일을 갓 넘기고 육군 훈련소에 입소했다.
입대할 때만 해도 에반스는 꿈도 야망도 없는 무기력한 고등학교 졸업생일 뿐이었다. 하루빨리 지긋지긋한 가정과 고향을 떠나자는 마음밖에 없었다. 그러나, 3개월간의 군대생활은 에반스에게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지 않으면 인생경쟁에서 뒤쳐진다’는 값진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에반스는 짧은 군대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하루종일 뭔가를 해야 했다. 밤에 나른한 몸으로 취침하면서, 하룻동안 내 자신이 해낸 일을 생각하면 가슴속에 자긍심이 솟아났다”
에반스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봄 일리노이 블루밍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성적표의 학점이 C와 D로 가득 차 있었다. 다만, 자신이 좋아했던 예술분야에서는 좀 달랐다.
학교에서 귀가하면 할머니와 체스놀이를 하거나 동생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하루를 소일했다. 도대체 기백이 팔팔한 청춘의 삶의 자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에반스는 불과 1년 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얼굴이 뜨거워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응시한 군대적성 검사에서 에반스는 보아란 듯이 상위 4% 이내에 들었다.
에반스는 육군 모병관의 끈질긴 설득에 군대에 가기로 결정했다. 신병훈련소 교관 앤소니 벨 상사는 매우 지독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에반스는 훈련 초반 잦은 부상으로 시달렸지만,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는 벨 상사 밑에서 응석을 부릴 여유가 없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군대가서 새 사람이 된 것은 전적으로 벨 상사 덕분이라고 고마워한다.
에반스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훈련과정을 수료했다.
신병훈련소 문을 나설 때, 에반스는 2마일을 15분50초에 주파하고, 2분 안에 팔굽혀펴기 42회, 윗몸 일으키기 54회를 해내는 정예 군인으로 거듭나 있었다. 그는 포트녹스 기갑연대로 배속 받은 후 정찰기술, 소총사용법, 대인지뢰 매설법, 독도법 같은 군대기술들을 습득해 나갔다.
에반스는 3개월만에 의가사 제대를 하면서 6,000달러의 보너스와 여러 가지 혜택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자신의 힘으로 대학에 진학할 꿈을 불태우고 있다. 그가 전공하고 싶은 분야는 건축공학, 토목간공학, 응용수학, 예술, 예술요법 등 여러 가지다. 특히, 렘브란트에 칸딘스키의 열렬한 숭배자인 그는 남들에게 아직 비밀로 하고 있는 모종의 예술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이 모든 장래의 포부에도 불구하고 에반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돈을 벌어 가정을 돌보는 일이다.
의붓아버지가 죽은 후 한동안 가정을 돕던 77세의 할머니는 최근 만년필 공장에서 해고되었다. 폐기종과 만성피곤증으로 시달려온 그의 어머니 캐롤은 일을 못한지 오래다. 에반스에게는 또한 두 명의 동생이 딸려 있다.
에반스가 의가사 제대를 결심할 때 소속부대 지휘관들은 그의 제대를 극구 만류했다.
조금만 더 참으면 군대에서 가족들에게 직업과 의료혜택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었다. 또한, 에반스 자신에게도 군대 장학금으로 대학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에반스는 군대가 하는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입대 전 모병관에게 벌써 한번 속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병관은 그가 이등병으로 받을 수 있는 군대 월급 액수도 속였을 뿐 아니라, 6,000달러 보너스에 세금이 공제된다는 사실도 말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반스가 군대생활을 하면서 매월 집으로 송금할 수 있는 액수는 900달러가 고작이었다. 에반스는 훈련소 시절, 자신처럼 모병관에게 속아넘어갔다고 말하는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육군은 에반스가 의가사 제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정상황이 호전되면 향후 6개월 동안 군에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에반스 자신도 그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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