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신종 극한 스포츠 가운데 BASE 점프라는 것이 있다. 이는 수천피트 상공의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스카이다이빙과는 달리, 낙하거리가 매우 짧은 지상의 구조물이나 지형지물에서 떨어지는 점프를 말한다.
BASE라는 말은 베이스 점퍼들이 가장 선호하는 네 가지 지형지물, 즉 빌딩(B), 안테나(A), 다리교각(S), 땅 절벽(E)의 영어단어 첫 글자를 조합한 용어다.
이들 지형지물은 모두 낙하거리가 짧아서 유사시 치명적 사고를 당할 수 있는, 마치 007 영화의 제임스 본드류의 스릴을 안겨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베이스 점핑은 아직까지 대부분의 지역에서 불법화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점퍼들은 원하는 지형지물로 몰래 잠입하여 불법 점핑을 시도한다.
그런데, 불법 비밀점핑으로 알려졌던 베이스 점핑이 최근 들어, 수면으로 부상하면서 주류 스포츠로 진입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얼마 전 나이키가 자사의 유명한 ‘저스트 두 잇’ 광고 시리즈에 베이스 점핑을 포함시킨 것이 그 좋은 예다.
이 광고에서 여성 베이스 점퍼 로티 애스톤은 계곡 730피트 높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철제 다리교각에서 낙하를 시도했다. 이 다리도 원래는 점핑 금지구역이지만, 이날은 특별히 광고제작 목적으로 접근이 허용되었다.
나이키 광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단자들의 극한 스포츠로 인식되던 베이스 점핑은 이제 주류 스포츠로서 당당히 대접받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도 많은 지형지물들의 접근이 금지돼 있지만, 첨단장비 덕분에 안전도가 현저히 개선되고 전문학원이 늘어나는 등, 베이스 점핑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또 유명 기업의 광고는 물론, 영화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케이블 채널에서도 베이스 점핑을 다루고 있다.
32세의 베이스점퍼 펠릭스 바움가트너는 "인지도가 향상되면서 베이스 점핑이 비로소 흑암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거주하는 바움가트너는 유명 스태미너 음료회사 ‘레드불’의 스폰서를 받는 베이스 점핑계의 스타다.
그는 1999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의 명물, 98피트 높이 그리스도상에서 베이스 점핑을 시도했다.
바움가트너가 98피트 높이의 그리스도상에서 떨어진 후 낙하산을 펼 수 있는 시간은 2.5초에 불과했었다. 2.5초는 예비 낙하산을 사용할 시간도 못되고, 만에 하나 돌풍에 휘말릴 경우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위험천만한 짧은 시간이다. 이에 비해, 보통 3,000피트 고도에서 떨어지는 스카이다이빙은 착륙시점까지 2, 3분의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접근이 금지된 고층 빌딩이나 교량 등 시설에서 불법 베이스 점핑을 시도하다 경찰에 체포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지난 1월8일 새벽 2시께, 29세의 로버트 톰킨스은 LA 소재 1100 윌셔빌딩 꼭대기에서 베이스 점핑을 시도했다. 그는 무사히 착륙에 성공했으나, 하필 경찰 순찰차 지붕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대로 체포되었다. LA 경찰은 베이스 점퍼들이 차량이 폭주하는 도로 한 가운데 낙하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LA시경 호세 페레스 경감은 "베이스 점핑 예방을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베이스 점퍼들은 전국적 조직망을 갖추고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데, 이들 가운데 1100 윌셔 타워빌딩은 꼭대기의 접근이 용이한 빌딩으로 소문나 있다. 윌셔타워 측은 이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2000년 10월, 콜로라도 덴베에서는 31세의 베이스 점퍼 행크 케일러가 친구와 함께 베이스 점핑의 명소로 알려진 앰배시 호텔 꼭대기에서 베이스 점핑을 시도하다가 사고를 당한 일이 있었다.
케일러는 점핑 직후 낙하산 작동 불량으로 인해 외벽에 걸리면서 호텔 창문과 충돌했다. 다행히 경미한 부상을 입은 케일러는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이내 풀려났다. 그 사건 이후 덴버경찰은 37층짜리 앰배시 스위츠 호텔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했다.
매스컴을 통하여 베이스 점핑의 대외적 이미지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요즘 법률위반 문제와 잠재적 위험성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얼마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케이블 채널은 특집 26부작 모험 시리즈의 일환으로 베이스 점핑을 포함시켰다.
이 프로는 샌타바바라 출신 베이스 점퍼, 톰 샌더스가 세계에서 낙하거리가 가장 높은 베네수엘라 에인절스 폴스 폭포에서 베이스 점핑을 시도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샌더스는 3년 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베이스 점핑 도중 사망한 아내를 추모할 목적으로 에인절스 폴스에서 베이스 점핑을 시도한 것이다.
미국에는 현재 1만여명의 베이스 점핑 동호인들이 있으며, 이들이 솔트레이크시티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관련 웹사이트는 하루 26만건의 접속을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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